현지 납품가 인상 가능성 제기도
경쟁품목 상호관세율 협상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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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하이트진로의 소주가 진열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주류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상호관세율이 15%로 확정되면서 주요 수출 품목인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주류 제품에 15%의 상호관세율이 적용된다. 지난 4월부터 미국이 10% 기본관세를 부과한 지 4개월 만에 5% 추가됐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주류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는 0% 수준이었다.
한국산 주류의 주력 수출 품목은 ‘소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주류 수출액은 3423만달러(약 47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소주는 1187만달러(약 165억원), 과일소주를 포함한 리큐르는 1368만달러(약 190억원)였다. 같은 기간 각각 2.1%, 13.6% 증가한 규모다. 작년에는 소주류 수출액이 처음 2억달러(약 2790억원)를 돌파했다.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3%로 가장 높았다.
주류 기업의 미국 매출도 성장세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하이트진로의 미국 수출액은 연평균 34%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미국법인 매출은 652억원으로 전년보다 3.1%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 매출도 27.7% 증가한 41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미국이 처음 발표한 상호관세율 25%보다는 낮아졌지만, 부담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현지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재 ‘참이슬’, ‘처음처럼’ 등 주요 소주 제품은 현지 대형마트에서 1병당 5달러 안팎에 팔린다. 식당에서는 10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1년 전과 비교하면 관세로 인해 수출 비용이 늘었다”며 “현지 유통 업체에 공급하는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격도 조정돼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와인·위스키 등 경쟁 품목의 상호관세율도 변수다. 유럽연합(EU)은 와인, 증류주 등을 관세 면제 대상에 넣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프랑스가 미국에 수출한 주류 규모만 38억유로(약 6조원)에 달한다. 이 중 3억유로(약 3조6000억원)가 와인, 8억유로(약 1조2000억원)가 샴페인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 유행에 힘입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한국산 제품이 남은 협상 결과에 따라 경쟁 품목보다 경쟁력을 더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소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코리아 총괄연구원은 “한국 주류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제품 포지셔닝과 문화적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미국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라벨링, 유통 규제, 물류 인프라나 로컬 파트너십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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