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력망 비명…전례 없는 ‘여름 피크’ 도래

에어컨 수요 폭증에 전력 사용 급증

태양광 늘었지만 저장 인프라 ‘역부족’

유럽이 폭염에 휩싸인 가운데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이면서 전력 수요가 치솟고, 주요 국가 전력망이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도시는 대규모 정전을 겪고 핵심 전력 생산기지인 원자력·수력발전소마저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각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여름 유럽은 여름 피크라는 새로운 전력 수급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상 겨울철에 수요가 집중됐던 유럽 전력이 이젠 여름철 에어컨 가동으로 ‘역전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전력산업협회(Eurelectric)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유럽연합(EU)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다.

스페인은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가 16%나 치솟았다.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는 “독일의 전력 소비량이 일부 여름일 기준으로 1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고, 스페인은 아예 1월 평균치를 초과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수요 증가가 전력 생산 인프라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르가모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고, 일부 시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발전소 가동 중단도 속출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원자력발전소 일부는 냉각용 강물이 폭염으로 과열되면서 가동 용량을 축소하거나 운영을 일시 정지했다. 엠버에 따르면 프랑스 내 18개 원전 중 17곳이 6~7월 사이 출력 감축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가뭄은 수력 발전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영국 전력회사 SSE는 “6월 말까지 수력 발전량이 직전 분기 대비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태양광 발전량은 같은 기간 전년 대비 22%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력 저장 인프라가 부족해 해가 진 후에는 공급이 급감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전력 전문가들은 유럽이 이제 겨울뿐 아니라 여름철에도 전력 수급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렉트릭의 크리스티안 루비 사무국장은 “유럽 전력 시스템은 지금 매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계절 구조에 맞는 설비 확충과 전력 저장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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