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묻은 ‘소망쪽지’ 수천개인데…인천 서구, 타임캡슐 소각 처리 왜?

지난 2005년 10월 서구 가좌동 완충녹지(이음숲) 조성을 기념해 가좌이음숲공원에 묻은 ‘나의 목표 타임캡슐’. [인천 서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20년 전 인천 서구가 구민 1만명의 소망을 담아 땅에 묻은 타임캡슐이 개봉을 앞두고 소각 처리됐다.

타임캡슐 봉인 당시 방충, 방습을 위해 함께 넣은 ‘나프탈렌’이 유독물질로 지정된데다 그마저도 빗물이 유입돼 캡슐 자체의 손상을 일으켜서다.

5일 인천시 서구는 오는 9월 개봉하려 했던 ‘나의 목표 타임캡슐’을 소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나의 목표 타임캡슐’은 지난 2005년 10월 서구 가좌동 완충녹지(이음숲) 조성을 기념해 가좌이음숲공원에 묻었다.

캡슐 안에는 구민들이 ‘개인의 20년 뒤 목표’, ‘친구와의 우정 편지’, ‘가족과의 희망’, ‘연인과의 약속’ 등 각종 사연을 적은 종이가 담긴 100㏄ 유리병 용기 1만 899개가 보관돼 있었다.

서구는 2015년 구민의 날 행사에서 타임캡슐을 일부 개봉한 뒤 올해 전체 공개하려 했으나 내부에 빗물이 들이차면서 편지가 손상된 것을 확인하고 계획을 취소했다.

서구는 이어 타임캡슐을 묻을 당시 습기 방지와 방충 효과를 위해 함께 넣은 나프탈렌이 ‘유독물질’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고 캡슐을 1200℃ 고온에서 소각 처리했다.

서구는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한 안내문에서 “땅속 콘크리트 상자 안에 수축필름으로 봉인된 타입캡슐(편지와 나프탈렌)을 넣고 강화유리로 마감 처리한 뒤 보관했으나 20여년간 빗물의 유입으로 나프탈렌이 변질하면서 타임캡슐이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프탈렌이 2022년 12월 7일 이후 유독물질로 분류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오염된 타임캡슐을 지정폐기물 처리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수집·운반한 뒤 폐기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등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구민들의 진심을 담은 타임캡슐 속 물품을 온전히 전달해 드리지 못한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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