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대북확성기 철거에 북 대남확성기 철거로 호응

한미연합훈련 발표 이후 ‘이례적’
주민·시신 송환 소통은 무응답

북한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된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임진강변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이날 국방부는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설치한 지역은 40여곳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철거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연합]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호응하면서 냉랭하던 남북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지난 4∼5일에 걸쳐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한 데 대해 화답한 것이다.

북한은 지나 6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호응해 대남 소음방송을 멈춘 바 있는데,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인 대북 유화 조치에 북한이 연달아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2023년 4월 남북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그 해 연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대남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는데,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10일 “이재명 정부의 능동적 선제 조치에 북한의 수동적 화답 조치”라며 남북 간 ‘선 대 선’ 분위기가 군사적으로 적대 행위를 잠정 중단하는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가 정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 계획이 지난 7일 발표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고 때로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발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대남 확성기 철거는 다소 의외의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군사훈련 일정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긴장 고조가 아닌 대북 확성기 철거로 맞대응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한미가 UFS 연습 기간 진행될 예정이던 20여건의 야외기동훈련을 9월로 연기한 게 북한의 긍정적인 움직임을 끌어낼 것일 수 있다.

군 당국은 일부 훈련의 연기에 대해 폭염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북한의 반발을 고려한 한반도 긴장완화의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흐름이 남북 간 대화재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담화에서도 확인된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조한관계(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언했다.

북한은 지난 3·5월 각각 서해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구조한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주민 총 6명의 송환을 위해 유엔사 연락 채널로 소통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인천 강화 석모도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시신 인도를 위한 입장을 달라고 요청에도 반응이 없어 결국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게 됐다.

조용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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