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웅변의 힘’…호치민에서 “사랑해요! 한글” 감동 물결

제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 성료
한글 경연…호치민국립대 강당 들썩
24국 참여 각국 전통의상 입고 경쟁
대통령상 조인숙…202명 열띤 경연
김민석 총리 “한글세계화 적극 지원”
내년 30회 웅변대회는 한국서 개최
김경석 회장 “30개국 참가로 늘릴것”


지난 14일 베트남 호치민시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한국어 소통과 세계평화를 위한 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 후 수상자들이 모여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대회에는 전세계 24개국에서 202명의 연사가 참여, 사상 최대 규모의 연사단 기록을 세웠다. 지구촌 곳곳에서 모인 이들 연사들은 한글을 주제로 한 세계인의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을 웅변을 통해 표출했다. <사진=한국스피치웅변협회>


[베트남(호치민)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전쟁 이후 오늘날 대한민국이 전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잘 살게된 원동력 중 하나가 K-웅변이라고 생각합니다. K-웅변 인재들이 우리를 강대국 위치에 올려놓는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지난 14일 열린 제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를 앞두고 현지에서 만난 김경석 한국스피치웅변협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이번 한국어웅변대회 호치민 개최를 진두지휘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현지에서 만난 웅변인들은 김 회장의 이런 말에 한결같이 공감을 표했다. 40~50년전, 아니 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반공과 애국, 불조심, 인권 주제 등으로 웅변을 했던 이들이 강력한 애국심과 사회적 리더십을 전파하며 오늘날 대한민국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웅변을 통해 익힌 일관된 신념과 주장, 애국적 철학과 미래희망에 대한 확신으로 무장한 웅변인들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의 주역 또는 지원군이 돼 각계각층에서 대한민국 번영의 밀알이 돼 왔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만난 거물급(?) 웅변인들의 몇몇 스토리를 회고하면, 이 같은 논리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한마디로 긍정적 나비효과가 묻어나는 ‘웅변의 힘’이다.

김경석 한국스피치웅변협회 회장이 ‘한국어 소통과 세계평화를 위한 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스피치웅변협회>


대한민국 ‘웅변의 전설들’ 호치민 집결


#1. 필리핀에서도 오지로 통하는 민다나오섬에서 16년째 선교활동을 하고있는 이요셉 선교사. 한국스피치웅변협회 필리핀본부 회장이기도 한 그는 현지에서 복음전파와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 그리고 청소년 교육 등 사회공헌에 십수년째 열정을 바쳐온 이다. 기자와의 대화에서 그가 기억하는 웅변은 이랬다. 고등학교때 반공웅변대회에 나갔단다. 목소리가 크고 발음이 정확해서인지, 아니면 말을 잘한다는 소릴 들었던지 해서 등 떠밀려 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이렇게 외쳤단다. 사실 원고에 없던 것인데, 왜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단다. “화장실에 구멍을 뚫고 담배를 피우는 것을 감시하는 것, 학교가 이래서 되겠습니까? 저는 학생인권을 위해 이런 감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인권, 여러분 우리가 지킵시다.”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 장내 정적이 흐른뒤, 정확히 5초 뒤 웅변대회 강당은 학생들의 천둥 같은 환호성이 일었다.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학생들이 좋아라 난리가 난 것이다. 그 결과는? “웅변후 무대서 내려오자마자 선생님한테 죽지 않을만큼 맞았어요. 이후 저는 웅변대회 출전이 금지됐습니다. 하하하.” 될성 부른 떡잎이라고, 이 선교사가 지구촌 오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현지인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등학교때 동료 학생들에게 환호성을 받던 그 이력이 뒷받침돼서 일듯 싶다.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 참여한 연사들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복장으로 연설하는 모습. 카자흐스탄 대표연사 볼랏 알비나(왼쪽부터), 대한민국 대표연사 성승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대표연사 김지율 연사가 웅변을 하고 있다.


#2. 김주동 신세대문화예술교류단 단장에게 웅변은 ‘인생의 축복이자 멘토’였다. 경산 출신의 그는 중학생때 배문중으로 전학을 갔다. 거기서 우연히 웅변대회에 출전했는데 2등을 했단다. 웅변이 재미 있어서 계속 연습했고, 대회때마다 출전했는데 상을 많이 받았고, 이게 큰 경력이 됐다. 배문고 웅변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배문고때 반공 웅변대회에 나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게 인연이 맞지 싶어요. 군대 가서도 애국 웅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인권옹호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그러니 대통령상을 거의 10년마다 한번씩 총 3차례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영광이죠.” 한국스피치웅변협회 상임지도위원으로 후학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김 단장은 그래서 ‘웅변의 전설’로 통한다. 제 아무리 날고 긴다는 이들도 평생 한번 받을까말까 하는 대통령상을 3회나 수상했으니, 가히 웅변 초고수라 불릴만 하다. 김 단장은 “웅변이 좋아 웅변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지금 이 나이에도 웅변에 대한 자신감은 크다”고 했다.

#3. 경기도 양평에서 문호리팥죽을 운영하고 있는 백현진ㆍ조인숙 부부. 이들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웅변의 초고수다. 전 중랑구의회 의장을 역임한 백현진 현진웅변연구회 회장(자연건강 웅변가)은 젊은시절부터 웅변책을 다수 출간했고, 라디오 교육방송 웅변 인기 강사로도 활동했다. 강남에서 웅변학원을 경영했고 한때 정치에 발을 들였다가 그 길이 아니다 싶어 완전히 접고 문호리팥죽을 창업했다. 부인인 조인숙 씨는 보다 더 이력이 화려한 웅변 실력자로 통한다. 조 씨는 학창시절 늘 웅변 장학생이었으며 전국웅변대회 각부 장관상 15회, 각종 전국웅변대회 50여회 입상 경력이 있는 웅변 고수다. 학창시절 수도권 웅변대회에선 ‘조인숙’하면 모르는 이가 없었을 정도라고 한다. 69세인 조 씨는 ‘내가 나가도 되나’ 망설였지만 남편 격려에 용기를 갖고 마지막 대통령상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베트남 대회에 출전했다고 했다(뒤에 나오지만 조 씨는 이날 문호리팥죽에 대한 스토리를 웅변 주제로 내세우면서 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러니 이들은 영원한 부창부수 웅변인인 셈이다.

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조인숙(왼쪽) 씨. 오른쪽은 남편인 백현진 자연건강 웅변가. ‘부창부수 웅변인’인 이들은 경기도 양평에서 인기 맛집 문호리팥죽을 운영하면서 K-푸드를 널리 알리고 있다는 자긍심을 엿보게 해줬다. <사진=한국스피치웅변협회>


#4. 필리핀에서 부동산개발 사업 회사에 다니는 김정국 씨 또한 웅변으로 인해 인생이 봄날로 변한 케이스다. 공부에 취미가 없어 야간공고에 다녔고, 태권도를 했기에 싸움 밖에 할 줄 몰랐던 그가 고교를 졸업하지마자 군대(해병대)에 입대했을때다. 군대는 그에게 큰 기회였다. 관등성명을 할때부터 목소리가 우렁차고, 힘이 있어 첨부터 상사들 예쁨을 받았단다. 구령과 구호는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어느날 해병대 주최 웅변대회에 나갔는데, 덜컥 해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해병대원으로선 가장 큰 상인 해군참모총장상을 수상했으니 이후 군대 생활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정말 예쁨받고 편하게 군 생활했어요.” 웅변을 통해 ‘노력만큼의 결과가 주어진다’는 삶의 깨달음을 얻는 그는 전역후 대학 법대를 들어갔고, 인생이 슬슬 풀리는 참맛을 봤단다. 그는 “그때 웅변을 안했으면? 좀 피곤한 삶이었을 것 같습니다”라며 그는 웃었다.

#5. 중부권에서 예전에 웅변으로 이름 날렸다는 이화선 동양일보 문화기획단팀장(한국스피치웅변협회 감사). 여고 다닐때 웅변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최고상을 휩쓸었단다. 이 감사 역시 웅변의 힘과 저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다. 그는 “한번 웅변인은 영원한 웅변인”이라며 “대한민국 웅변인이라면 국가경쟁력 강화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으로 산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영어학원 피아노학원 수능학원 등 많은 것이 있지만, 그 옛날에는 웅변학원을 비롯해 주산학원, 바둑학원 등 학원이 몇개 없었다”며 “예를들어 주산학원을 통해 수많은 금융인과 은행원을 배출했듯이 여러 경로로 웅변을 배웠던 이들이 오늘날 각계각층의 사회리더, 정치문화리더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점도 웅변인으로서 뿌듯한 점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한국을 일으킨 웅변(한글)이 한국을 넘어서 K-웅변으로 거듭나 세계로 퍼져나갈때 진정한 ‘코리아 문화강국’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베트남 한국어웅변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호치민대 강당서 울려퍼진 “오, 한글”


지난 14일 베트남 호치민시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학교 강당에서 개최된 ‘한국어 소통과 세계평화를 위한 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The 29th K-Speech World Contest)’ 현장. 한글을 사랑하는 전세계 젊은 연사들이 호치민시국립대에 몰려들면서 한글 경연대회 장소인 강당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이날 현장엔 전세계 24개국에서 202명의 연사가 참여했고, 이는 대회 사상 최대규모의 참석 숫자였다. 대회는 처음부터 화려했다.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에티오피아, 지부티, 캄보디아,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24개국 참석자들은 각각의 고유 전통의상을 입고 차례로 입장했고, 청중들은 그때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박귀수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 이사장(한국스피치웅변협회 자문위원장)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출발한 대회는 연설 참여자와 대회 관계자, 호치민대 관계자 등 5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하며 좌석을 꽉 메웠다.

‘올바른 한글 사용설명서’ 주제로 웅변을 한 박윤호(초등부) 군. 박 군은 훈민정음 한글 티셔츠를 입고 연설을 해 주목을 받았다. 대법원장상을 수상한 박 군은 웅변을 통해 한글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는 한글 지킴이가 되겠다고 했다.


김경석 한국스피치웅변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K-스피치(웅변)는 신한류 문화로서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외국인 여러분께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오늘을 기다리며 수개월동안 웅변을 연마한 연사 여러분들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2026년 제30회 대회는 대한민국에서 개최할 것이며, 내년엔 30개 나라를 초청해 K-스피치 축제의 장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여태까지는 상을 받은 외국인 여러분은 다음 대회에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는데, 30회 대회는 이전 수상 여부과 관계없이 실력 있는 사람이면 한국으로 초청하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이숙진 세계한국어웅변대회 대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 자리는 단순히 언어실력을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풀어내며,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진심을 다해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의 상징”이라며 “한국어로 표현한 여러분의 진심은 국경을 초월해 감동을 줄 것”이라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정부는 한글의 세계화에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웅변을 넘어 한글을 통해 꿈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는 당당한 K문화의 플랫폼인데, 한국어 학습 수요에 발맞춰 세종학당을 확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세종학당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예전 한국어웅변대회에 참석해 직접 응원했을 정도로, 한국어웅변대회와 한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베트남 호치민대학교에서 열린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 영상 축사를 통해 각 나라 대표연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 총리는 영상을 통해 “정부는 한글의 세계화에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권태한 주호치민 대한민국 부총영사는 축사에서 “해외에 나와 있어보면 많은 행사를 치르는데, 처음으로 오늘은 외국어 통역없이 온전히 한글로만 소통을 한다는 자체가 놀랍고도 흥분되는 일”이라며 “그만큼 한글의 위상이 커졌다는 것으로, 한국어를 사랑하고 한국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갑윤 협회 총재는 축사를 통해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한국어를 매개로 한 세계시민으로서의 우정과 협력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대회는 한국스피치웅변협회, 주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호치민시국립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교가 주최했다.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 한국스피치웅변협회 베트남본부가 주관했고,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외교부 통일부 행정안전부 재외동포청 KBS 등이 후원했다.

본 대회에는 권태오 한국스피치웅변협회 초대회장을 비롯해 김길자 협회본부 법인이사, 이화선 협회본부 감사, 윤영일 협회본부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해외본부에서는 안치복 베트남본부 회장, 최병주 일본본부 회장, 이요셉 필리핀본부 회장 등이 함께 했다.

대회는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권태오 초대회장, 김영로 한국환경체육청소년서울연맹 연맹장, 김원길 성대 정치학박사, 윤영미 리더의 스피치 대표(전 KBS 아나운서) 윤희영 조선일보 에디터 등 5명이 심사위원으로 공정한 심사를 책임졌다.

대회 현장은 유튜브 K-스피치(웅변)TV로 중계되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이들이 시청했다.

국내외 연사들, 한글로 꿈을 노래하다


한글 사랑으로 무장한 국내외 연사들의 포부는 컸다. 한글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과 긍지를 찾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외국인 대표연사로 참여한 린디 콕슨(영국, 주부)은 5년전 딸이 BTS와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본인 역시 한국어에 푹 빠졌다고 했다. 린디 콕슨은 “한국어는 엄마, 딸, 아내로 살아온 나를 찾게 해준 언어”라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면 그 나라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한글을 배웠고, 매우 떨렸지만 오늘 웅변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나를 찾게 해준 한글이 그래서 더욱 고맙다고 했다. 린디 콕슨은 “저는 58세로, 아이들에게도 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금 대학교에서 중국어와 언어학을 배우고 있는데, 저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는 자긍심을 결국 한글에서 얻었고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호치민시국립대학교 강당에서 세계한국어웅변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윤경(맨 오른쪽부터) 심사위원장, 윤희영 심사위원, 김영로 심사위원, 윤영미 심사위원, 권태오 심사위원, 김원길 심사위원이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역시 외국인 대표연사로 참가한 아미나 모하메드 알리(지부티)는 “초등학교때 우연히 ‘대장금’이란 드라마를 보게됐고 한글과 한복에 반하게 됐다”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제가 한글을 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앞으로 지부티와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도 더욱 한글을 열심히 공부해 한국어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태국과 한국의 문화 교류에 관심이 크다는 낫니차 분유은(태국)은 “망고와 파파야로 만드는 태국식 과일김치, 태국 T-POP에 태권도 안무를 접목한 무대와 같이 서로의 문화를 융합한다면 창조적인 미래를 여는 새로운 문화의 장이 될 것”이라며 민간외교에 앞장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인 참가자들 “한글은 우리 미래”


부천대학교 우즈베키스탄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미로바 자스미나(우즈베키스탄)는 “무엇보다 한국인의 예절에 반한 저는 그 마음을 담아 전통의상 디자인을 통해 한국의 한복과 우즈백의 아틀라스를 융합한 하나의 전통의상을 만들기도 했다”며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다르지만 함께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한글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이날 한국어웅변대회는 웅변 실력을 뽐내면서도 본인의 희망과 꿈을 노래하는 잔치이기도 했다. 중등부 연사로 참여한 성승민(월촌중1, 웅변 주제:지금은 K시대) 군은 “초등학교때 학생 임원을 하면서 말할 기회가 많았는데, 보다 웅변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처럼 큰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했다. 성 군은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정말 좋은데 어른이 돼서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토 미유키(일본, 웅변 주제: 제 인생의 교과서인 한국 드라마)는 “저는 일본에서 IT기업에 다니는데, 제게 한글은 인생의 교과서가 돼 왔다”고 했다. 그는 “한글을 더 완벽히 배워 일본 드라마에 한글 자막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대회는 각국 연사들이 각 나라별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 오르며 청중들에게 큰 볼거리도 제공했다. 성승민 군은 왕의 복장으로, 한영용(일반부) 연사는 전통 한복으로, 박윤호(초등부) 군은 훈민정음 한글이 빼곡히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출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지부티, 태국 등 저마다의 의상과 한글이 어우러지는 연사 무대 역시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상에 문호리팥죽 조인숙


이번 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은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에서 20여년 간 팥죽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인숙 씨가 차지했다. 조 씨는 ‘K-문호리 팥죽’ 주제의 연설에서 K푸드에 대한 자긍심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문호리팥죽집엔 입소문을 들은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찾아온다”며 “그저 팥죽 한그릇에 행복한 웃음으로 만족해하는 그 손님들을 볼때 가슴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며 문호리팥죽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푸드 메뉴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베트남 제사상에 올라간다는 초코파이 대신 제가 만든 팥죽이 현지 제사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해 청중의 환호성을 유도했다.

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는 단체팀의 제화웅변이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각국 나라 복장을 한 단체팀이 몸 동작과 입을 맞추며 연설을 하는 제화웅변이 시각적인 새로움을 더해 시도되면서 웅변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사진은 베트남 단체팀의 단체웅변 모습.


국회의장상엔 ‘다름을 넘어 하나로: 태국과 한국, 함께 만드는 미래’ 주제의 웅변을 한 낫니차 분유은(태국)에게 돌아갔다. 대법원장상은 ‘올바른 한글 사용설명서’ 주제로 웅변을 한 박윤호(초등부) 군이 그 주인공이 됐다. 박 군은 “바르지 않은 말들이 쌓이고 쌓이면 한글의 가치는 사라지고 말 것인데, 우리 모두 한글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는 한글 지킴이가 되자”고 호소했다.

국무총리상은 백해린(중등부ㆍ웅변 주제: 한글의 언어지도) 양과 장수피아(초등부ㆍ웅변 주제: 나의 말모이) 양이 거머쥐었다. 장수피아 양은 “호주에서 태어난 저는 분명히 한국인이라는 점을 말씀 드린다. 한국어에 뿌리를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그 뿌리를 찾아 계속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고 외쳤다.

교육부장관상은 남현녕(대학일반부), 자스미나(외국인부)가 받았다. 외교부장관상엔 초등부와 중등부에선 김준걸(초등부), 김지율(초등부), 김민성(중등부)이 이름을 올렸고, 대학일반부에선 한영용(서울)과 제이콥노엘(필리핀) 씨가 이 상을 받았다.

세계 각국에 한국어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웅변을 통한 한국어 보급은 물론 K-스피치 문화를 창출하는 게 목적인 본대회는 그동안 제1회부터 9회까지는 국내에서 열린 바 있다. 이어 2005년부터는 중국(제10회), 필리핀(제11회), 서울(제12회), 말레이시아(제13회), 싱가포르(제14회), 홍콩(제15회), 서울(제16회), 인도네시아(제17회), 베트남 하노이(제18회), 호주 시드니(제19회), 제주특별자치시(제20회), 태국(제21회), 인도(제22회), 캄보디아(제23회), 일본(제24회), 서울(제25회), 창원특례시(제26회), 싱가포르국립대학교(제27회), 라오스(제28회) 등에서 순회 대회를 진행해왔다. 이 바통을 이어받아 2025년 대회가 호치민(제29회)에서 개최된 것이고, 내년의 30회 대회는 대한민국에서 열린다.

세계한국어웅변대회는 최근 웅변문화 트랜드 변화를 반영,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통기법으로 대중과 스킨십하고자 다양한 실험적 변화를 시도 중이다. 예를들어 지난 2018년(제23회)부터는 단체웅변이 도입됐는데, 이를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더욱 진화 중이다. 기존에는 연사 1인이 연단에 올라가 자기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발표하는 방식이었지만, ‘제화웅변’을 도입함으로써 팀원들이 동시에 연단에 올라가 제창(일명 떼창)을 하며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다함께 한국에서 만나요”


이번 29회 대회 역시 심석초 아이들(웅변 주제: 우리 산! 우리가 지킵시다)을 비롯해 베트남(투득기술전문대, 홍방국제대학교, 호치민시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 인도네시아(가자마자대학교, 나시오날대학교), 에티오피아(아비시니야) 등 국내외 단체팀(제화웅변팀)이 참여해 단체 웅변의 참맛을 선보였다. 일부 단체팀은 오케스트라 지휘 형식을 도입, 한 사람이 지휘하고 나머지 팀원이 일사불란한 제스처나 몸동작, 합동연설을 하는 이색무대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특히 심석초 아이들은 아름다운 우리산을 우리가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1주일에 한번씩 천마산에 모여 함께 연습을 할 정도로 이번 대회에 큰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 출전한 심석초 아이들(단체팀)이 ‘우리 산! 우리가 지킵시다’를 주제로 단체 제화웅변을 하고 있다.


기존의 웅변대회는 소품 사용이 금지됐지만, 2018년(제23회) 대회부터는 시각적 효과를 통한 청중 이해를 돕기 위해 동영상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번 29회 대회 역시 이를 충분히 활용했다. 가수가 공연할 때처럼 연사가 웅변을 하면 뒷배경으로 동영상이 상영되는데, 이번 대회 역시 그 시각적 전달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반 시민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생중계를 하고 이를 시청한 청중이 댓글을 달면 가산점을 부여하는 심사제도가 2022년(제26회)부터 도입됐다. 당시 접속자는 8000여회였으며, 지난 2023년(제27회) 싱가포르 대회 때는 1만3000여회로 증가했다. 이번 대회는 그 이상으로 많은 청중들이 유튜브로 현장을 관람하면서 점점 커지는 세계한국어웅변대회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협회 관계자는 귀띔했다. 다음은 이번대회 수상자 리스트.

■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 수상자


<단체부>

▷행정안전부장관상 서울 심석초 6명

▷통일부장관상 베트남 휴텍대학교 15명

▷외교부장관상 베트남 반랑대학교 15명

▷명예대회장상(국회의원 김선교) 베트남 홍방국제대학교 14명,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교 25명

▷호치민시국립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교 총장상 에티오피아 12명

▷대회장상 호치민시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15명

▷웅변협회 총재상 베트남 투득기술전문대학교 15명, 베트남 오픈대학교 15명, 락홍대학교 15명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 이사장상 인도네시아 나시오날대학교 38명

<개인부>

▷대통령상 조인숙(대학일반부, 경기)

▷국회의장상 낫니차 분유은(외국인부, 태국)

▷대법원장상 박윤호(초등부, 만수초3)

▷국무총리상 백해린(중등부, 각리중3), 장수피아(초등부, 호주국제한국학교5)

▷교육부장관상 남현녕(대학일반부, 대전 동산초 교사), 자스미나(외국인부, 우즈베키스탄)

▷외교부장관상 김준걸(초등부, 양청초6), 김지율(초등부,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5), 김민성(중등부, 호치민한국국제학교9), 한영용(대학일반부, 서울), 제이콥노엘(대학일반부, 필리핀)

▷통일부장관상 우상욱(중등부, 말레이시아국제학교11), 부티 흐엉(외국인부, 베트남)

▷문화체육부장관상 성승민(중등부, 서울월촌중1), 이서율(초등부, 경기심석초3), 양연(외국인부, 중국)

▷행정안전부장관상 이토 미유키(외국인부, 일본)

▷재외동포청장상 두시환(중등부, 필리핀호프미션스쿨12), 민소정(중등부, 호치민한국국제학교7), 김정국(대학일반부, 필리핀), 아미나 모하메드 알리(외국인부, 지부티)

▷호치민시국립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교 총장상 황규엽(초등부, 서울영훈초2), 린디 콕슨(외국인부, 영국), 넫미(외국인부, 스리랑카), 헬리아(외국인부, 동티모르)

▷국회의원상(김선교) 페리잣(외국인부, 키르기스스탄), 연 뼈우 빤냐(외국인부, 캄보디아), 메아자(외국인부, 에티오피아), 알리샤(외국인부, 인도네시아), 수레야(외국인부, 인도), 진한나(외국인부, 싱가포르), 까미 부쉐(외국인부, 프랑스)

▷주호치민 대한민국총영사상 황유아(초등부, 서울압구정초1), 이다온(초등부, 경기서종초3), 엄태하(초등부, 프놈펜한국국제학교3), 우하율(초등부, 서울오류남초5), 손예진(중등부,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11), 김영준(중등부, 태국치앙마이국제학교12), 황예성(대학일반부, 필리핀), 마니린(외국인부, 라오스), 뼤뼤표(외국인부, 미얀마), 준모택(외국인부, 미얀마), 레 꾸옥 주이(외국인부, 베트남), 볼랏 알비나(외국인부, 카자흐스탄), 완 알리사(외국인부, 말레이시아), 석안나(외국인부, 우즈베키스탄), 깨우 깐다(외국인부, 태국)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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