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李, 역사 못바꿔”…대통령실 “평화공존 새 시대”[이런정치]

北, 한미회담 앞 연이틀 강경 메시지
대통령실 “일방 이익·누구 의식 않아”
한미 공동성명 ‘北 비핵화’ 내용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일 순방 경제인 간담회 중 메모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대통령실은 최근 잇달아 나온 북한의 비판 메시지에 20일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 대통령의 대북 확성기 철거 등을 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생색내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지적한 것에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어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해 표현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남을 앞두고 남북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북한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가며 전략적 신중함을 유지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이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관해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그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또한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하여왔다는 것”이라며 “리재명은 이러한 력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이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 대통령의 대북 유화 메시지에 ‘핵무장’을 언급하며 간접적인 대응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신문을 통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두고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한·미)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입장 표명”이라면서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전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를 점검하며 “조성된 정세는 현존 군사 이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으로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며 “우리 해군은 가까운 앞날에 국가 핵무력 구성과 핵사용 영역에서 일익을 굳건히 담당하는 믿음직한 역량으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가 북한 비핵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김 위원장에 이어 김 부부장까지 북한 고위급 관계자가 연달아 비난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정치권에선 그만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 등을 제시하고 비핵화 원칙도 재확인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8일 국회에서 “동결-감축-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 전략과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중·러 등 주변국의 건설적 역할 또한 견인하겠다”며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한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은 앞선 북한의 핵무력 강화 발언과 군사적 긴장 고조 속에서 열리는 만큼 양국 정상 간의 전략적 조율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특히 한미가 발표할 공동성명문에 과거 북미 간 합의인 싱가포르 공동선언과 남북 간의 판문점·평양 공동선언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담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김 위원장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사실상 대화의 전제로 내세우며 대화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미 정상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현실적이고 유연한 접근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억제력과 외교적 유화 메시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이 향후 한반도 정세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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