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사러 갔던 백화점, 맛집으로 변신한 이유는?

신세계,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 오픈
업계 불황에 고객 유인 전략 강화

 

26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1층에 오픈한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음식을 고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 A씨는 지난 26일 오전 첫선을 보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델리관에 입점한 소금빵 전문 브랜드 ‘베통 키츠네트’에 들어가기 위해 20분을 기다렸다. 그는 “성수동에서 유명한 빵집이 들어왔다고 해서 먹어보기 위해 기다렸다”며 “나온 김에 다른 층에서 옷 쇼핑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처럼 대기 줄에 서 있던 직장인 B씨는 “소중한 회사 점심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맛집”이라며 “종종 동료들과 이곳을 방문해 음식과 디저트를 즐긴다”고 말했다.

불황을 겪는 백화점 업계가 ‘맛집’으로 거듭나고 있다. MZ(밀레니얼+Z) 세대가 즐겨 찾는 서울 성수동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유명 맛집을 섭외해 오고 있다. 이를 미끼로 고객을 유인해 타 카테고리로 매출을 연계시킨다는 전략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9일 지하 1층에 약 4000㎡(약 1200평) 규모의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식품관 프로젝트 리뉴얼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스위트파크(2024년 2월), 하우스 오브 신세계(2024년 6월), 신세계마켓(2025년 2월)까지 더하면 국내 최대인 2만㎡(약 6000평) 규모의 식품관이다.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에는 ‘남스 델리’(태국), ‘구오 만두’(중국), ‘교토 오니마루’(일본), ‘블루 버터플라이’(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브랜드가 들어왔다. 김도윤, 여경래 등 스타 셰프 요리사도 입점했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식품관 브랜드 ‘레피세리’를 수도권 5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레피세리에서는 갈비 정형, 전복 손질 등 현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콘텐츠와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델리코너에 팝업스토어를 적용했다. 식음료(F&B) 트렌드 변화에 맞게 수시로 콘텐츠를 바꾸면서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5월 명품관 ‘고메이494’에 15개 맛집을 대거 오픈했다.

백화점의 맛집 유치전 배경에는 업계 불황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한 1조5615억원이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 1조2875억원, 1조1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2.2%씩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극히 높기 때문에 맛집이나 팝업 등 콘텐츠를 준비해서라도 고객이 직접 점포를 방문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식품 구매 고객 10명 중 7~8명은 타 카테고리 쇼핑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백화점 최초 입점’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베통 키츠네트’, ‘고디바 크레페’ 등을 국내 최초로 백화점에 입점시켰다. 한화갤러리아는 광교점 파이브가이즈에 아쿠아리움을 처음 접목했다.

그렇다 보니 통상 지하 1층에 위치한 식품관은 주로 1년 단위로 단기 계약하는 특수거래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고층의 전문식당가처럼 장기 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는 유행에 맞춰 매장을 빠르게 변경하기 위해서다.

한편, 백화점의 식품 매출 비중은 증가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22년 12.7%, 2023년 13.2%, 2024년 13.5%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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