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 (74) 신다인의 우승이 특별한 이유

지난 주 KG 레이디스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신다인. [사진=KLPGA]


지난주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신다인의 신데델라 스토리는 많은 골프팬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천재소녀임을 증명했던 신다인은 어렵고 먼 고난의 길을 돌아서 9년 만에 KLPGA 투어의 우승자가 되었다.

신다인의 스윙은 골프 프로가 아닌 아버지가 가르쳤는데 다른 선수들처럼 매끄럽지 않고 뭔가 눈에 걸린다. 다운 스윙 때 몸을 회전하면서 머리도 일찍 회전하여 임팩트 순간에 두 눈은 볼을 보지 않고 이미 목표를 향해 돌아 있다. 신다인은 이런 문제점을 고쳐서 더 좋은 스윙을 만들기 위해 유명한 코치들을 찾아 다녔지만 샷의 퀄리티는 점점 나빠졌다. 결국 아버지가 스윙 교체를 포기하고 원래의 스윙으로 돌아간다는 결정을 해 준 후 샷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우승이 찾아왔다.

머리를 먼저 돌리는 신다인의 스윙은 이론을 중시하는 골프 선생들은 절대로 가르치지 않겠지만 아버지와 딸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천재의 스윙이다. 위대한 안니카 소렌스탐의 스윙과 겹쳐 보이기도 하는 신다인의 스윙을 겉모습만 보고 더 예쁘게 다듬어 보려고 했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좋은 스윙은 보기에 좋은 스윙이 아니라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결과가 좋은 스윙이다.

골프 역사상 가장 이상한 스윙을 가진 짐 퓨릭의 아버지는 PGA 프로였고, 스윙의 교과서인 벤 호건의 스윙을 보면서 자랐지만 자기 아들의 스윙은 고쳐주지 않았다. 짐 퓨릭을 스카우트하는 대학 골프팀 코치에게 아들의 스윙을 절대로 고치려 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을 정도이다. 짐 퓨릭을 위대한 선수로 만들어준 스윙은 이론의 틀에 박힌 스윙이 아니라, 선수가 자유롭게 만들어 낸 스윙인데 선수에게 그런 자유를 준 아버지가 위대한 것이다.

이제 신다인은 아버지와 만들었던 천재의 스윙을 다시 찾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가 오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알게 되었다. 이번 우승으로 찾아낸 스윙보다도 더 귀중한 보물은 자신감이다. 24세에 첫 우승이면 늦깎이 우승 같기도 하지만 이제 시작이고 수십승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천재 선수인 것을 증명해 주기 바란다.

메인 스폰서도 없이 어려운 투어 생활을 해 온 신다인에게 새로운 스폰서가 나타나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잊고 우승을 반복하기를 기원한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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