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된다던데…” 의사가 중독자들에게 팔아 12억 챙긴 죗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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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프로포폴 중독자 등 수십명에게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무분별하게 투약하게 한 의사가 2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3부(정혜원·최보원·류창성 부장판사)는 4일 보건범죄단속법상 부정의료업자, 약사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의사 A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9억8480여만원을 명령했다. 1심은 징역 6년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2억5410만원이었다.

A 씨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071회에 걸쳐 프로포폴 중독자 75명에게 에토미데이트를 무분별하게 판매하고 간호조무사에게 주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기간 챙긴 돈은 총 12억여원에 달한다.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린다. 심한 졸음을 유발하고 호흡을 느리게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에토미데이트가 들어간 담배가 ‘좀비 담배’라는 이름으로 유흥가에 확산돼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위험성이 높아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했다.

다만 A씨 범행 당시에는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A씨는 이런 취약점을 악용해 영리 목적으로 프로포폴 중독자 등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그의 형량이 줄어든 것은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A 씨 범행은 그에게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B 씨가 사람을 흉기로 위협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덜미가 잡혔는데, 재판부는 이 부분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는 B씨의 특수협박, 무면허운전 혐의에서 시작됐고 이 범죄사실로 A 씨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됐다”며 “압수수색에 기재된 날짜에 한정된 자료를 압수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은 (범죄 사실에 대한) 추가적인 탐색만 하고 영장을 새로 청구한 시점은 2024년 3월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A씨 의원에서 일하던 간호조무사와 환자들에게 압수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주면서 투약자와 투약일시 등을 특정한 부분도 위법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A 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받다 지난 7월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청구가 받아들여져 풀려났지만, 이날 2심이 실형을 선고하며 다시 법정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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