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보다 심하네…식욕과 우울감 더 올린다는 이것 [식탐]

설탕·제로 음료, 우울증 위험 ↑
인공감미료, 설탕보다 식욕 올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기분과 식욕 조절의 ‘방해꾼’을 매일 먹고 있다면 어떨까. 우리의 정신건강과 식욕 절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단 음료’이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단 음료를 평소보다 많이 마시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매일 1잔(180㎖)씩 마시면, 차나 커피보다 우울감이 2배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설탕을 소화할 때 나오는 산화스트레스가 피로감을 일으키고, 뇌 속에서 호르몬 분비를 교란한다는 분석이다.

국제학술지 유럽임상학영양학저널(2018)에 소개된 경희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제유진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34만7691명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제유진 교수는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탄산음료가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 증거”라고 밝혔다.

설탕을 뺀 ‘제로 음료’는 괜찮을까. 제로 음료는 우울증 위험을 더 높인다는 연구가 최근 나왔다.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영국 성인 18만 835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당 음료’를 하루 두 잔(한잔 250㎖ 기준) 이상 마시는 60세 미만 성인은 섭취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14%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제로 음료’를 하루 두 잔 이상 섭취한 사람은 우울증 위험이 섭취하지 않은 사람보다 23% 올랐다는 점이다. 일반 가당 음료보다 높은 수치다.

설탕을 뺐는데 우울증 위험이 더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하버드의과대학교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2023)에 실린 논문에서 인공 감미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각종 첨가물이 체내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기분을 조절하는 뇌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인공 감미료 등 각종 첨가물의 과다 섭취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며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나쁜 부산물이 뇌에 전달될 경우 기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체중조절을 위해 제로 음료를 과도하게 마신다면, 이 역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인공감미료가 오히려 식욕을 더 올린다는 연구가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실린 미국 남가주대학교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인공감미료인 수크랄로스 섭취 그룹은 물과 설탕물 섭취 그룹보다 식욕이 17% 늘었다.

연구진은 “단맛 성분이 몸에 들어왔는데 열량이 제공되지 않으면 뇌는 더 많이 먹으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서 “장기간 섭취하면 뇌 영역에 영향을 미쳐 음식이나 단맛을 더 크게 갈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가당 음료나 제로 음료 대신 미지근한 온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건강하다고 조언한다. 물이 밋밋하다면 카페인이 적은 차를 적당량 마셔도 좋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