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총사퇴 촉구’까지 나온 국교위
“보다 시급한 현안 많다” 반대 위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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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지나 5일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김용재 기자]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장이 ‘매관매직’ 의혹에 휩싸이고 일부 위원들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국교위가 사실상 식물상태로 전락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에게 금거북이를 선물하고 국교위원장 자리를 얻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 5일 김건희 특검은 이 위원장 의혹과 관련해 국교위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교위가 무용론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산적한 현안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선 국교위 구성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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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연합] |
지난 4일 국교위원 6명이 돌연 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정대화 상임위원과 김성천·이민지·이승재·전은영·장석웅 비상임위원 등 위원 6명은 성명서를 통해 이 위원장의 ‘금거북이 전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국교위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고 나머지 위원들을 향해서도 전원 총사퇴를 촉구했다.
국교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17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3년이다. 사퇴 성명에 이름을 올린 위원 6명은 모두 국회 추천 몫으로 지명된 이들이다. 4명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1명이 당시 국회의장, 1명은 비교섭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았고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위원 6명은 사퇴 성명서에서 “이배용 위원장의 매관매직 파문으로 이제는 국교위가 반교육적 부패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국교위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존폐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일부 위원들의 총선 출마 시도, 리박스쿨 연루 의혹에 사과하기도 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위원 중 한명은 지난 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국교위 관련 논란이 많았음에도 잘 이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이배용 위원장 의혹이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성명서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교위의 여러 운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 국교위가 산적된 과제들을 얼마나 더 잘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들었다”면서 “인적 구성 등 국교위가 쇄신돼야 한다. 위원들이 보다 더 체계적으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방법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또다른 위원은 “당연히 대통령실에서 적절한 검증을 거쳐 위원장을 임명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매관매직 의혹이 나와 충격이었다”면서 “국교위원장 및 위원을 뽑을 때 검증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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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비롯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민주당 워크숍이 열린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에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국교위 내부에선 위원 총사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위원 전원이 사퇴할 경우 국교위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일관성 있게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은 국교위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지난 3월 확정 발표될 계획이었지만 이후 세 차례나 연기돼 차기 국교위로 넘어갔다.
사퇴 의사가 없다는 한 위원은 “이배용 위원장의 의혹은 개인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이를 직능단체 대표들이 모여있는 국교위 전체의 문제로 보고 위원들이 총사퇴한다면 국가 교육정책 및 교육계획의 연결성이나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 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국교위원은 “고교학점제와 교원의 정치 기본권, 디지털교과서(AIDT) 등 국교위에 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 시기와 맞지 않는 위원 총사퇴 논의만 하고 있음 안된다”고 목소리 냈다.
일각에선 차기 국교위원장으로 내정된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이 조기에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 전 총장은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국교위원장을 임명받았다. 1기 국교위는 오는 26일에 끝나고 27일 2기 국교위가 출범한다. 다만 현재 이 위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차 전 총장이 조기 취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거론된다.
위원 6명 사퇴로 국교위에 대거 공석이 발생하고 전체회의 소집권을 가진 이 위원장이 사직서 제출 이후 국교위와 연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기 국교위는 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국교위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교육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어가자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국교위가 운영되려면 국교위원 구성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국교위는 여야 위원 추천의 불균형을 완화하하는 방법 등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면서 ‘교차추천’을 예시로 들었다.
박 교수는 “교차추천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할당된 몫의 N배수만큼 후보군을 정해 올리면 그중에서 서로의 검증을 거쳐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여야 합의를 통해 위원으로 지명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원 입장에서도 눈치보지 않고 부담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대통령도 대통령 몫으로 위원 5명을 지명할 때 다양한 집단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국교위 법을 따라야 한다”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면 국교위가 고교학점제 등 현장에서 갈등이 심하고 다양한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국민적 의견을 수렴해 최종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