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만난 장동혁 “특검 연장·특별재판부법, 과감한 재의요구권 행사해 달라”

李대통령-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
張 “대통령 역할이 필요한 시기”
與 주도 법안 李대통령 중재 요구
“원활한 기업활동 여건 만들어야”
취임 2주 만에 與 정청래와 악수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지금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이런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에서 특검 수사와 여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검 관련 법안을 언급한 뒤 “지금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 더불어민주당, 한 당만 보였다는 이런 우려들이 있는 것 같다”며 “만약에 특검이 계속 이렇게 야당을 탄압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결국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민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검을 바라보기를 과거에 대한 청산이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런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며 “우리 국격과 관련된 문제이고, 대한민국을 외국이 바라보는, 국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점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 거부권은 야당의 입법만을 막기 위한 무기는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런 여러 법안들, 특히 특검을 연장하거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안들이 결국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이 아니겠나, 대통령의 뜻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겠나 하고 국민께서 오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사법부가 권력 앞에서 스스로 누워서 자는 척을 하고 있지만, 헌법 질서에 맞지 않는 특별재판부, 이런 것들이 강행된다면 지금 자고 있는 사법부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께서 정치를 복원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 주신다면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민생과 경제를 위한 여야정 차원의 ‘소통 창구’ 마련을 요청했다. 장 대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출발이 돼서 이런 소통의 자리가 계속 이어지고, 결국 성과로 이어지는 자리가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장 대표는 이날 한미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후속 협상 등 외교 문제와 부동산 등 민생 정책 등에 대해서도 제1야당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가장 먼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州)에 위치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을 포함한 ‘무더기 구금’을 단행한 사건을 언급하며 “동맹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왜 굳이 지금 한국인가, 외교적 함의가 어떤 것인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관세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관세 협상의 결과도 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북중러 밀착에 따른 한반도 정세 영향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심을 당부했다.

장 대표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 개정안’이 가져올 내수 경기 악화와 고용 악화, 자영업자 폐업 등 부작용에 대한 검토 또한 당부했다. 그는 “기업이 숨 쉬고 원활히 기업 활동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 주십사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렇게 국내 여건이 녹록지 않고 기업이 힘들어지면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셨던 ‘코스피 5000’도 결국 허망한 구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택 공급안을 담은 정부의 9·7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선 “수요자 욕구와는 좀 거리가 먼 공급자 중심의 대책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규제 중심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수요자 중심의 공급 정책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는 최신형 핸드폰을 갖고 싶은데 공중전화를 계속 늘리면 수요자의 수요와 맞지 않다”는 비유를 인용했다.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대해선 “특정 집단을 위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조직 개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 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 시작 직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악수했다. 정 대표는 당권을 잡은 직후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 등을 이유로 송언석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악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이에 장 대표는 모두발언 초반에서 “정청래 대표님과 악수하려고 당대표가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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