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지난 4일 열린 10기 OK골프 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한 최윤 회장(왼쪽 첫번째). [사진=OK금융그룹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이번 주 열리는 KLPGA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총상금 10억 원)은 흥미로운 컨덴츠를 가진 대회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는 이 대회엔 ’OK골프 장학생‘으로 불리는 우수 선수들이 출전해 우승 경쟁을 펼친다.

이번 대회에는 방신실(6기)과 김우정(1기), 권희정, 권서연(2기), 조혜림(3기), 김가영, 홍예은(4기), 박아름2(5기), 김민솔(6기), 백송(7기), 오수민(8기) 등 총 11명의 ’OK골프 장학생‘들이 출전한다. 박현경(2기), 이예원, 황유민(5기)과 김민솔(6기), 이효송(8기)도 올해 대회엔 출전하지 않지만 ’OK골프 장학생‘ 출신이다.

연간 30개 대회 이상이 열리는 KLPGA투어에서 이처럼 훈훈한 서사를 가진 골프대회는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이 유일하다.

일본 나고야 출신의 재일교포 3세인 최윤 회장은 지난 2010년 제주도 오라CC에서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골프대회를 창설했다. 15년 전 대회 창설 당시엔 대부업체가 골프대회를 개최한다는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최윤 회장에겐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애정이 있었다.

최 회장은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GP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를 연속 제패한 박세리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최 회장은 IMF 한파로 시름에 잠겨있던 한국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한 박세리를 기리기 위해 꼭 골프 대회를 개최하리라 다짐했는데 그 결실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이었다. 그리고 사업에 성공하면 박세리의 뒤를 이을 유망주 육성에도 힘을 기울일 것을 스스로 약속했는데 그 결실이 ’OK골프 장학생‘이었다.

나고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은 ’국보급 투수‘ 선동열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최 회장은 주니치 드래건즈에 입단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맹활약했던 선동열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당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중이던 고우순과도 친분이 깊은 골프 애호가였다. 주니치 드래건즈의 오키나와 동계전지훈련 때면 선동열, 고우순과 함께 라운드를 즐겼다.

모국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최 회장은 벤처 붐이 일던 90년대 한국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투자한 기업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를 보고 큰 좌절감을 맛본 최 회장은 “이대로 일본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굳은 마음을 먹고 한달간 서울 시내를 걸어다니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았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뛰어든 분야가 금융업이었다. 최 회장은 사업 초기엔 대부업으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대부업을 모두 정리했으며 O저축은행을 업계 1위의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웠다. ’야마모토 준‘이라는 일본 이름을 갖고 있는 최 회장은 자신을 ’한국과 일본 사이의 경계인‘이라 표현하며 ’재일교포 최윤‘보다는 ’한국인 최윤‘으로 불리길 원한다.

청년 시절 럭비 선수로 뛴 경기인 출신인 최 회장은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후진 육성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OK배정장학재단을 통해 수백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최 회장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아 프로배구단 OK저축은행 읏맨의 구단주를 맡고 있으며 대한럭비협회 회장,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장 등을 역임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은 모두 ‘한국인’이라는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OK저축은행 읏맨오픈은 12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포천의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디펜딩 챔피언인 노승희와 지난 주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유현조, 지난 2015년 우승자인 박성현 등 톱랭커들이 초가을 정취 속에 OK골프 장학생 출신 선수들과 우승 경쟁에 나선다. 아직까지 OK골프 장학생 출신이 OK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우승한 사례는 없다. 올해 눈여겨 볼 작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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