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30인분 ‘노쇼’ 당한 사장님…이웃에 ‘무료 나눔’ 하자 위로·응원 쏟아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삼계탕 30인분을 ‘노쇼’ 당한 자영업자가 주민들에게 전부 무료 나눔을 진행해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삼계탕 노쇼, 무료로 이웃에게 나눠버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영업자 A씨는 “어제 삼계탕 30인분, 약 50만원어치를 노쇼 당했다”면서 예약자 B씨와 나눈 문자를 공개했다.

문자 내용을 보면 지난 7일 A씨는 삼계탕 30인분과 만두 8개를 예약하고 싶다는 B씨의 전화를 받고 문자로 예약을 확정 지었다.

이후 예약 당일인 9일 오전 B씨에게 “변동 사항 있으면 미리 연락 달라”며 한 번 더 연락했고, B씨는 “이따 뵙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예약 시간인 오후 4시가 넘어도 B씨는 찾아오지 않았다. A씨가 여러 번 문자를 보내자 뒤늦게 “죄송하다. 취소해 달라. 사정이 생겨 못 갈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다.

A씨는 애초 예약 전화를 받을 당시 예약금을 언급했지만 B씨가 ‘이 동네 식당에서 한두 번 회식한 것이 아니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 대응해서 믿었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자라면 알겠지만 예약금 받기 사실 어렵다. 업장의 말 한마디가 매출로 이어지다 보니 고객에게 불편한 멘트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노와 좌절이 밀려왔다. 삼계탕은 조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머님’이 주방을 맡아 주시다 보니 너무 죄송했다. 해서 이렇게 버릴 바에는 지역 주민에게 무료 나눔을 진행하자 생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노쇼 당한 사실을 알리면서 음식을 무료로 나누겠다고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찾아온 지역 주민들 덕분에 준비했던 30인분은 모두 소진됐다.

무료 나눔을 마친 A씨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노쇼라는 큰 타격에도 마음이 좋았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자신도 자영업을 한다며 재룟값을 챙겨주거나 함께 분노해 주고 음식 맛을 칭찬해 줬기 때문이다.

또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실 텐데 내색 없이 너무 친절히 응대해 주셨다. 정성 가득 음식 잘 먹었다”며 긍정적인 후기로 힘을 보탰다.

A씨가 올린 글에는 “삼계탕은 필요 없고 계좌번호 주면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겠다” “너무 맛있는 맛집이다. 다음엔 꼭 지인들 대동하고 방문하겠다”는 댓글들이 달렸고 음식점 리뷰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A씨는 “노쇼 가해자는 민사적이든 도의적이든 책임을 물을 것이고 지속적으로 연락 중이다”며 “자영업 시장이 너무 좋지 않은 요즘, 다들 힘내시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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