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극진 환대로 282조원 끌어온 英, 관세인하는 못해

英, 기술·에너지·금융 등서 총 282조원 투자 유치
브렉시트 이후 고전 英 경제 한 숨 돌려
관세는 손도 못대 “의전에 걸맞는 성과 의문”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의 공식 별장인 체커스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양국 간 합의를 발표했다.[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영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한 끝에 1500억파운드(약 28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대규모 투자 유치로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관세 인하는 끌어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체커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기업들이 영국의 기술·금융· 에너지 분야에 총 1500억 파운드(약 282조원)를 투자할 것이라 발표했다. 양국은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원자력 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기술 번영 협정(Tech Prosperity Deal)’에 서명하고, 이 같이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몰고 온 기업인들이 내놓은 ‘투자 보따리’는 그 면면이 화려했다. 빅테크 그룹들은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의 분야에서 영국 파트너 기업과 손잡고 폭 넓은 투자를 약속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20억 파운드(약 4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구축에 쓰인다. 구글도 9조원의 투자를 단행하고,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향후 5년간 영국에 15억파운드(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한다.

금융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어졌다. 사모펀드 그룹 블랙스톤은 향후 10년간 1000억 파운드(약 188조원)를 투하겠다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첫 진출부터 시작해 최대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엑스에너지, 라스트에너지 등 미국 기업들이 영국 전역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건설, 5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 공언했다.

브렉시트 이후 활로를 못찾던 영국은 이번 투자 유치로 경제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지지율 급락으로 고전하던 스타머 총리에게도 내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국정 운영의 동력을 마련할 기회를 줬다.

그러나 관세 인하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란 평이 나온다. 영국은 지난 5월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하면서 모든 품목에 부과되는 10% 기본관세를 면제받지 못했다. 지난해 평균 관세는 2.4%였으나 1년만에 4배 가까이 인상된 것이다.

영국은 10% 기본 관세 폐지를 요구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면제에 그쳤다. 자동차에 대해 연간 10만대까지는 10%만 관세를 부과한다는 쿼터제를 얻어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10만대 이후부터는 자동차에 25%, 기존 관세를 포함할 경우 27.5%까지의 관세가 붙는다. 여기에 미국산 농산물, 소고기 시장을 개방하고, 100억달러 상당의 보잉 항공기 구매 조건까지 협상에 추가됐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국빈 방문은 과거에는 무역 협정이나 문화 협력 발표의 장으로 활용됐으나, 거래가 가장 중요한 대통령인 트럼프는 억만장자들과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도착했다”며 방문의 성과가 기업 투자에만 그쳤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즈(NYT)역시 영국이 유례없이 한 대통령을 두 번이나 국빈으로 초청하는 등 공들인 것을 두고 “화려한 의전 비용에 걸맞은 성과가 났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비판적인 어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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