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부산)=손미정 기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에서 괴수는 단지 기괴하고 무서운 존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은 인간임을 거듭 되새긴다. 명실공히 ‘괴수물의 대가’라 불리는 델 토로 감독은 절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괴수에 투영한다.
그의 신작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와 감독 자신의 자전적 서사를 인간과 괴수의 관계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추악한 겉모습, 그리고 그보다 더 추악한 내면의 대비는 ‘보이는 것’에 대한 근원적 질문까지도 함께 안긴다.
“텔레비전을 보면 아주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을 보지만, 사실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괴수들은 완벽하지 않은 ‘성자(聖者)’와 같죠. 인간의 밝은 쪽이 아니라, 불완전한 어둠을 이야기할 때 괴수들은 좋은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 |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19일 영화의전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의 신작과 영화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 처음으로 내한한 그는 보라색 표지의 ‘한국 괴물 백과’(저자 곽재식)란 책을 들어 보였다. 괴수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멕시코 출신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으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세계적 거장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2022)로는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헬보이’(2004), ‘판의 미로’(2006), ‘퍼시픽 림’(2013)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는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그의 신작 ‘프랑켄슈타인’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 상영됐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한 작품이다.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 ‘크리처’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델 토로 감독은 “‘원작’의 이야기가 제 목소리를 통해 여과된 것이다. 예전에 이미 부른 노래를 조금 창법을 바꿔서 부른 것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영화 후반부에는 전쟁에 대한 비유, 그리고 부자(父子)지간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모두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방식”이라고 밝혔다.
![]() |
| [넷플릭스 제공] |
영화는 델 토로 감독이 오랜 시간 꼭 만들고 싶어 했던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가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제작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때가 20여년 전이다. 그럼에도 델 토로 감독이 영화의 제작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델 토로 감독은 “나는 프랑켄슈타인의 소설을 읽고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그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어릴 적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버지를,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됐다. 영화는 메리 셸리의 소설에 내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고 했다.
그의 전작에서 등장하는 ‘헬보이’와 ‘판’, 물고기와 인간을 섞은 듯한 ‘수중 생명체’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크리처’는 극의 중심부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끊임없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능동적으로 호흡한다. 작품과 융화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존재하기 쉬운 괴수들이, 델 토로 감독의 영화에서만큼은 어긋남 없이 작품에 녹아난다. 그가 가진 연출력의 힘이다.
![]() |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애완동물이 살면 집 안에 돌멩이도 넣어주고 식물도 심어주면서 잘 살 수 있게 꾸며주는 것처럼, 나 역시 괴수가 영화 안에서 잘 살아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줍니다. 배경색 하나까지도 모든 것이 괴수가 제대로 살아낼 수 있게 염두하고 디자인해요. 괴수가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있어 영화는 ‘필모그라피’(작품 경력)라기 보다 ‘자서전’에 가깝다. 그 안에 삶의 모든 것이 녹아있기에, 그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다고 했다. 델 토로 감독은 “그렇기에 영화는 만들만한 가치가 있고, 볼만한 가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은 영화만 잘 만들지 다른 건 다 못해요. 가족으로서도, 친구로서도 좋은 사람이 아니죠. 우리는 하나에만 몰입하도록 태어난 ‘크리처’이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은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렇게 만드는 영화는 고통스럽도록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델 토로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팬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함께 경쟁한 박찬욱 감독과도 부산에서 재회했다. 그는 “한국은 엄청난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며 “박찬욱과 봉준호를 비롯한 한국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에너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박찬욱 감독을 보면 혼돈과 부조리, 시적인 추악함 등 모든 것을 한 영화에 잘 버무립니다. 아름답고 존재론적으로 낭만적인 영화를 보여주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감독들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는 정말 순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