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 5단지 사업시행 인가에만 15년” 정비사업 속도 높이려면 규제 개편돼야

사업시행·관리처분·착공 단계는 여전히 10년 넘게 소요
공사비 5년간 30%↑·분담금 폭등, 주민 부담 가중
리츠 도입·도정법 개정 등 구조적 해법은 여전히 숙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서울-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시]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정비계획 수립 전 단계를 대폭 단축했지만, 속도를 높이려면 법 개정이나 규제 개편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1년 9월 신통기획이 본격 추진된 이후로 주민제안부터 정비구역 지정까지의 기간을 약 2년 6개월로 절반 가까이 줄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착공·이주 단계까지 이어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절차는 그대로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토론회서 계획 단계의 단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후 절차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를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은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서울’의 두 번째 토론회로,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이 주관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 주택공급 정책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주택정비사업과 신속통합기획,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시행 단계의 구조적 한계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비사업은 조합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조합은 비전문가이고 재정적 한계가 있어 시행 능력이 제한적”이라며 “신통기획으로 계획 단계는 5년으로 단축했지만, 관리처분과 착공·이주 등 실제 시행 단계에서는 조합 방식에서 탈피한 다양한 사업시행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는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고 수수료도 매출의 약 3% 수준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직접 사업 참여가 어렵다”며 “LH·SH·GH처럼 사업비에 따른 적정 수수료와 예비 타당성 검토, 리스크 분담 체계를 갖춘 공공 주도의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아 진행하는 모습. 정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신통기획으로 정비구역 지정까지의 기간이 줄어든 것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의 속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사실에 입을 모았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사업성이 좋은 곳조차 이 정도인데 앞으로 관리처분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서울 대표 정비사업지인 잠실주공5단지를 예로 들어보면 사업시행인가만 받는 데 15년이 걸렸다”며 “재건축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업성이 나빠지고, 조합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공사비 폭등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혔다. 건설공사비 지수는 최근 5년간 30% 이상 상승했다. 김 대표는 “단열재 강화 규제로 앞으로 보수적으로 잡아도 공사비가 1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합원들은 대출로 사업을 버티는데, 금리와 공사비가 동시에 오르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사전 참여,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계획 단계 단축에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착공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서울시 권한만으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윤혁경 에이앤유 건축사사무소 상임고문은 “신통은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는 계획이지만 착공까지는 세제·금융 지원, 불합리한 규제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운동장까지 일조권을 지켜야 하는 규제나, 1000가구 이상 단지에 무조건 공원을 조성하도록 하는 법령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민 설득의 중요성과 필요성도 강조됐다. 서울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로 10여년간 활동한 이은숙 리얼플랜컨설팅 대표는 “서울시가 행정 절차를 병행하거나 단축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법 개정 없이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정비사업은 짧아도 15년, 길면 20년이 걸린다. 이제는 신통기획 이후 규정을 어떻게 바꿀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통기획으로 계획 단계 단축은 성과를 냈지만, 공사비 급등과 조세 부담 등으로 인한 조합원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는 리츠(REITs) 도입, 도정법 전면 개정, 세제·금융지원 등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김 교수는 “현재 도정법은 120회 이상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조합을 주요 사업시행자로 전제하고 있어 다양한 시행 방식에 대한 구체성이 미흡하다”며 “부분개정이 아니라 전면 개정이 필요하며, 사업 시행 주체별 권한과 의무, 공공 재정 지원, 행정적 권한 등을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규모 정비·가로주택정비·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다양한 정비 유형 간 절차 차이가 없거나 불명확해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사업별 특성을 반영한 계획과 시행 방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도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송정미 서울시 신통기획과장은 “신통기획은 주민 요청제로 법제화됐고 부산·인천 등에서도 시행 중”이라며 “공공의 관점과 주민 사업성을 함께 반영해 계속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