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약국에 진열된 타이레놀. [로이터]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부의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아이의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 가운데, 과학계에서는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새로운 대규모 분석 결과, 임신성 당뇨를 겪은 여성에서더 태어난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진이 임신성 당뇨병을 경험한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자폐증과 ADHD 발병 위험이 각각 56%, 36%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개국에서 진행된 48편의 연구를 종합해, 900만건이 넘는 임신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임신성 당뇨병과 아동의 신경발달장애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규모 면에서는 가장 크다.
분석 결과, 임신성 당뇨병을 경험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ADHD와 자폐 발병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IQ(지능지수) 점수도 낮게 나왔다. 연구진은 임신성 당뇨가 산모 건강에도 장기적인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연구에 따르면, 임신성 당뇨를 겪은 여성은 이후 제2형 당뇨, 심혈관 질환, 뇌졸중, 만성 신장질환 위험이 더 높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5~1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발표됐다.
자폐증과 ADHD는 사회성, 의사소통, 행동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발달장애다. 자폐증은 전세계 인구의 1~3%, ADHD는 아동·청소년의 3~10%가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신성 당뇨가 ADHD와 자폐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알렉스 폴리아코프 호주 멜버른대 산부인과 교수는 “분명 신호가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인과 관계를 밝히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폐증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불거졌다. 의료 지침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이 임신 중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규정하고 있다. 타이레놀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진통제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