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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만에 내한한 뮤지컬 ‘위키드’ [에스앤코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드 머니’에 편입하려는 ‘영 앤 리치’의 사랑과 욕망, 스웨덴 출신의 팝스타 아바의 노래로 태어난 ‘트루 러브스토리’, 진정한 나와 세계의 정의를 찾아가는 이상한 나라의 초록마녀…
피켓팅 열기가 한풀 꺾이고 찾아온 황금연휴, 대작 뮤지컬들이 여전히 극장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개막 초반 예매 전쟁이 한창이던 때를 벗어 안정기에 접어든 ‘오리지널 뮤지컬’와 매 시즌 스테디셀러로 군림한 대작 뮤지컬의 대격돌이 볼만하다. 특히 10일간의 연휴 동안 남녀노소가 함께 할 만한 히트작들이다.
실직에 이혼까지, 그의 삶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급기야 아이들까지 만날 수 없게 된 무능력한 철부지 아빠는 할머니로 변장해 집으로 향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딸과 보내는 좌충우돌 시간의 기록. 너무 웃겨 자지러지고 그러다가 스멀스멀 밀려드는 가족애에 뭉클해지는 마법까지.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12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다.
1993년 개봉한 ‘추억의 영화’가 2022년 뮤지컬로 한국에 상륙한 이후 마침내 두 번째 시즌이 3년 만에 막을 올렸다. 이 뮤지컬은 2021년 12월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황정민, 정성화, 정상훈 세 배우와 함께 찾아왔다. 공연은 황정민의 2015년 ‘오케피’ 이후 10년 만의 뮤지컬 복귀라는 점에서 더 많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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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샘컴퍼니 제공] |
황정민은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시즌 정성화의 공연을 언급하며 “정말 매력 있고 근사한 역할이었다. ‘나도 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무대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휙휙 흘러간다. 배우들은 아빠 다니엘과 ‘할머니 가정부’ 다웃파이어를 20번씩 오가며 무대에 선다. 원작의 감성은 탁월한 현지화와 초월 번역으로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충족했다. 디스코부터 록, 탭 댄스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명불허전이다.
황정민은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라며 “온 가족이 한 번에 이 작품을 공유할 수 있고, 이걸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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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 [신시컴퍼니 제공] |
스웨덴 출신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팝 그룹 아바(ABBA)의 명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10월 25일까지, LG아트센터)는 매 시즌 중장년 관객들이 총출동하는 스테디셀러다. 아바를 그리워하는 1970~80년대 팬들은 물론 시대와 세대를 넘나들며 그의 음악을 공유한 젊은 세대까지 공연장을 찾고 있다.
뮤지컬은 그리스의 작고 아름다운 섬을 무대로 삼는다. 푸른 바다가 일렁이는 섬을 옮겨온듯 파란 무대를 단출하게 꾸미는 이 작품은 결혼을 앞둔 딸 소피가 엄마(도나) 모르게 ‘아빠 찾기’ 프로젝트를 벌이며 마주하게 되는 도나의 사랑과 우정, 모녀의 따뜻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뮤지컬의 백미는 단연 ‘댄싱퀸’, ‘허니허니’, ‘치키티타’와 같은 ‘불후의 명곡’들이 220벌의 화려한 의상과 함께 수놓아져 볼거리 들을거리가 빼곡하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사로잡은 대작들이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한국을 찾았다. 사실 한국 배우들은 세계 무대에서도 “노래 잘하기로 유명”하지만, 영어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무대엔 그만의 매력이 있다.
미국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11월 9일까지, GS아트센터)는 신춘수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했다. 지난해 4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고, 지난 4월엔 웨스트엔드에서 막을 올려 현재 미국, 영국, 한국에서 동시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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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위대한 개츠비’. [연합] |
뮤지컬은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인 제이 개츠비가 대대로 부유한 ‘올드 머니’ 집안 출신의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공연이 특별한 것은 서울에서만 선보이는 오리지널 프로덕션이라는 점이다. 2022년 토니상에서 뮤지컬 ‘컴퍼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매트 도일이 제이 개츠비를, 뮤지컬 ‘알라딘’의 북미 투어에서 자스민 역을 맡았던 센젤 아마디가 데이지 뷰캐넌 역을 맡았다.
1920년대 돈과 쾌락이 넘쳐나던 미국을 무대로 뉴머니로 상징되는 ‘영앤리치’ 개츠비의 삶이 음악과 춤으로 도파민을 끌어 올린다. 1920년대에 유행한 장르와 춤이 2025년과 어우러진다. 그 시절 유행했던 ‘철스턴’이 개츠비의 황금기를 노래하는 ‘뉴 머니’와 어우러지면 이곳이 바로 1920년대가 된다. 잡을 수 없는 사랑에 ‘죽어도 좋다’는 듯 모든 것을 거는 개츠비는 찬란하고 눈부신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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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위키드’ [에스앤코 제공] |
전 세계 16개국에서 7000만 명의 관객과 만난 ‘위키드’도 한국에 상륙했다. 검증된 ‘슈퍼 IP(지적재산권)’인 ‘위키드’는 팝스타 아리아라나 그란데가 주연을 맡아 지난해 영화 1편으로 제작해 엄청난 인기의 중심에 섰다. 그 열기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위키드’(10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오리지널은 1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위키드’는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뮤지컬은 스토리와 무대 연출, 연기 등 삼박자가 어우러진 이상적인 작품이다.
12.4m의 타임드래곤, 수천 개의 비눗방울과 함께 등장하는 글린다의 버블머신, 엘파바의 짜릿한 플라잉까지 볼거리가 넘쳐난다. 한국어 버전의 팬이었다면, 무대 위 날고 기던 한국인 배우들과 오리지널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키드는 볼거리도 많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민중을 무지몽매한 아이 취급하는 권력자와 시스템 안에서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향한 꿈을 꾸는 이들의 이야기, 진리를 말하는 말과 글의 역할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혐오를 딛고 연대와 공존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메시지는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무대에서 다소 가려질 때도 있었으나, 자막과 함께 전달되자 더 깊이 다가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화상 같은 뮤지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