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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네 딸과 남편은 전생에 연인이었어. 딸이 널 죽이려고 해.”
심모(80·여)씨와 4남매의 이야기는 1986년 전남 함평군으로 향한다. 이곳의 한 신당. 남매와 신도들의 종교모임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신당의 주인 격인 무당은 심모씨. 그는 가짜 신내림을 받은 가짜 무당이었다. 최근 인천지법 형사16부(윤이진 부장판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여든의 가짜 무당 이야기다.
심모씨는 신(神)이 빙의한듯 신도들의 전생을 거짓으로 말하며 굿과 공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공양비를 챙겼다.
가족간의 ‘사기’는 도를 넘었다. 동생 A씨에겐 “네 딸이 전생에 아빠(A씨의 남편)와 연인이었다“며 ”엄마(A씨)를 원망하고 죽이려고 한다”면서 공양비를 요구한 것이다.
그 세월이 길고도 길었다. 동생을 상대로 일평생 갈취해오던 것이 규모가 커져 동생의 모든 것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인천 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심씨의 요구에 수년간 공양비 수천만원을 전달했다.
코로나19 무렵 제주도에서 4남매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던 심씨는 대출 원금이 16억원을 넘어섰고, 이자만 해도 월 800만원 이상 나가는 상황이 됐다. 돈이 급하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사기의 규모는 더 커졌다. 2023년 8월부터 이른바 종교의식 프로젝트를 진행, 각 신도로부터 많게는 1억원의 공양비를 받았다.
동생 A씨에겐 다시 한 번 딸의 전생론을 설파하며 자녀만 남기고 울릉도로 이사하도록 했다. 인천에서 A씨가 운영하던 식당은 당연히 심씨의 차지. 심씨는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은 A씨의 딸 B(35)씨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게 했다. 노동력 갈취를 위한 업무 배분도 철저했다. B씨에겐 요리·서빙과 매출·매입 관리 업무를, A씨의 아들이자 B씨의 오빠에게는 고기 준비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식당 수익은 모두 심씨의 몫이었다. 이는, 대출금 이자와 자녀들의 신용카드 대금 등을 지급하는 데 사용됐다.
사실상 모든 일을 도맡았던 B씨는 고강도 업무를 진저리나 지난해 여름 술을 마시고 식당을 뛰쳐나갔다가 길거리에 쓰러졌다. 9월부턴 식당 수익을 심씨에게 보내지 않고 직접 운영비를 지출했다.
이에 심씨는 B씨에게 “네가 전생에 낙태한 적이 있어 그 혼령이 식당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거나 “모친을 죽이려는 악귀가 들어있는 너의 염력 때문에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난다”며 압박했다.
지난해 9월 18일 새벽엔 식당에 남을지 식당을 떠날지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B씨가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떠나겠다”고 답하자 승합차에 태워 보내줄 것처럼 행동하다가 차량을 돌려 식당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B씨에게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하기 위해 숯을 이용해 주술 의식을 하겠다. 악귀를 제거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악귀 제거 과정은 끔찍했다. 그는 신도와 자녀를 동원해 철제구조물을 제작하고 B씨가 그 위에 올라가 엎드리도록 한 뒤 결박했고 밑에 놓인 대야에는 불이 붙은 숯을 계속해 넣었다. 경련을 일으키는 B씨의 입 속에 숯을 집어넣은 상태로 재갈로 묶고 여러 차례 뺨을 때리는 범행이 3시간 가량 이어졌다. B씨가 완전히 의식을 잃고 상체 전면에 심한 화상을 입은 뒤에야 끝이 났다.
심씨 일당은 이어 철제시설물 등 범행 도구를 숨기고, 2시간 뒤에야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들에게는 “숯을 쏟았다”면서 완전 범죄를 꾸미려 했으나 이들의 범행은 CCTV가 입증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고,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이들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가짜 무당 행세는 법정에서도 계속 됐다. 심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이상행동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가짜 무당에게 세뇌당한 B씨의 부모였다. 그들은 “피고인들은 피해자(딸)를 도와주려다가 안타깝게 이렇게 됐다. 벌을 줄 것이라면 나에게 달라”고 했다.
결국 심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심씨의 자녀 등 공범 4명은 각각 징역 20∼25년을 선고받았다.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B씨의 오빠와 사촌 언니 등 다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6부(윤이진 부장판사)는 심씨와 관련해 “범행 후 피해자의 유족에게 ‘나는 숯을 넣다 뺐다 했는데 애기령 천사들의 날갯짓으로 숯의 열기가 더 세게 들어간 것 같다’면서 자기 잘못을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정에서도 시종일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피해자나 병원 탓을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했다”며 “피해자 사망 뒤에도 울릉도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즐거운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해 죄의식이 있거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범들과 피해자 모친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를 보면 여전히 (심씨의) 정신적 지배를 받는 것으로 보여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극악한 범행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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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현지시간) 카메룬 최북단주 마요차나가 지역에 있는 미나와오 난민캠프 친환경 숯 생산 현장. 난민들이 쌀겨와 땅콩 껍질 등을 이용해 친환경 숯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