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돈 낸 섬 주민만 바보?” 긴급출동 차별 논란…문제는 ‘보험료 상승’

섬 지역 운전자 “보험료는 같지만 혜택 못 받아”
보험업계 “정비업체 없어 출동 어려워, 비용도 급증”
감독당국 “서비스 확대 땐 전체 보험료 인상 불가피”


섬 지역 운전자들은 보험료는 같지만 긴급출동 서비스에서 제외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감독당국은 출동 인력·비용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성준·서지연 기자] 섬 지역 운전자들이 자동차보험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로 연결이 끊긴 도서 지역에서는 견인·배터리 지원 등이 제한되면서 “보험료는 똑같이 내고도 혜택은 못 받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문제 제기에 공감하면서도, 도서지역 출동을 전면 확대할 경우 비용이 커져 전체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민원을 점검하기 위해 주요 손해보험사 대표들을 올해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서 의원은 신안군의 다수 섬을 지역구로 둔 만큼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국감 때마다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실제 국내 손보사 자동차보험 약관에는 ‘섬·벽지 등 차량 진입이 제한되는 지역은 긴급출동 서비스 제공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도서 지역의 차량 고장 시 긴급출동은 육지에서 선박을 타고 이동해야 해 현실적으로 제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공하더라도 인건비와 운송비 등이 크게 발생해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보험업계는 다만 단순한 ‘차별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섬 지역까지 출동을 전면 의무화하면 결국 그 비용은 전체 가입자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특약으로 보편화할 경우 비용은 자연스럽게 전체 보험료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 안팎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을 모두 흡수하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일부 중소형 손보사는 손해율이 90%를 넘는 곳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도서지역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긴급출동 서비스의 구조적 한계와 비용 부담 문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섬 지역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긴급출동 한 건 처리 비용이 내륙 대비 수십 배로 뛰는 건 현실”이라면서 “보험사들은 직접 출동 인력을 두지 않고 지역 정비업체와 제휴해 운영하기 때문에, 섬에 제휴 정비소가 없으면 출동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비소가 있더라도 인력이 상주하지 않거나, 출동이 곤란한 상황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24시간 대기를 위해 인력을 추가로 둬야 하므로 긴급출동만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섬 지역 가입자에게만 별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도 제도상 어렵고,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왜 바로 오지 않느냐’는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자체나 해경·소방 등과의 연계 지원 모델 등을 포함해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원 확대와 보험료 형평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절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도서 지역 전용 특약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일정 횟수까지만 무상 지원 후 실비 청구 방식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에 따라 자동차보험 긴급출동 서비스의 기준 자체가 재정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섬 지역 긴급출동 문제는 단순 민원을 넘어 ‘보험료를 어디까지 공동 부담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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