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략 재정의” 이유
마차도 노벨평화상 수상에 보복성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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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수상했다. 마차도의 수상 직후 베네수엘라는 주 노르웨이 대사관을 돌연 폐쇄, 반 독재 투쟁을 이끌고 있는 야권 지도자의 수상에 항의의 뜻을 표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PA]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베네수엘라가 주 노르웨이 대사관을 돌연 폐쇄, 반(反) 독재 투쟁을 이끌고 있는 야권 지도자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항의의 뜻을 전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부장관은 13일(현지시간) 외교부 공식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공유한 성명에서 “우리 정부는 국가의 자원을 최적화하고 외교 분야에서의 국가적 존재감과 전략을 재정의하기 위해 조정 및 재배치를 단행한다”며 “이에 따라 유럽 및 오세아니아 지역 재외공관을 재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주 노르웨이 대사관과 주 호주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힐 장관은 두 국가와의 관계와 양국 내 베네수엘라 교민에 대한 영사 업무는 ‘겸임국 외교공관’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 덧붙였다.
노르웨이 외교당국은 AFP통신에 “오슬로에 있는 주 베네수엘라 대사관을 철수한다는 통보를 베네수엘라 측으로부터 받았다”며 “그 이유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조처는 노르웨이에 있는 노벨위원회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결정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마차도의 수상으로 베네수엘라의 독재 정권에 대한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재확산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대사관 폐쇄로 표현한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마차도는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년 재임)으로부터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에 맞서 20년 넘게 민주야권 진영에서 반(反) 독재 투쟁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베네수엘라는 현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부터 집권하고 있으나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인해 사실상 견제를 받지 않고 독재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마차도는 지난해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였지만, 친(親) 정부 성향의 선거관리위원회와 대법원의 피선거권 박탈 등으로 인해 출마하지 못했다. 마두로 대통령에게는 최대 정적인 인물이다.
마차도는 마두로 집권 기간 친정부 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안전을 위해 베네수엘라를 떠나라는 주변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은신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노르웨이와 호주의 대사관 폐쇄는 미국을 겨냥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인근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미군은 카리브해에 핵 추진 고속 공격 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 등을 배치하고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F-35 전투기 신속 출격 채비를 해놓았다.
최근 몇 주간 ‘베네수엘라 기반 카르텔의 마약 운반선’이라고 주장하는 선박들을 공격해 20명 넘는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미국의 동맹국을 골라 대사관 폐쇄라는 조치를 해, 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한편,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반식민지 투쟁, 패권적 압력에 대한 저항,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와의 동맹 강화”를 위해 짐바브웨 및 부르키나파소에 신규 대사관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짐바브웨와 부르키나파소는 중국·러시아와 외교적으로 친밀한 국가다. 베네수엘라는 이들 대사관에서 농업, 에너지, 교육, 광업 등 상호 공동 관심사를 아우르는 협력 사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