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인생사…말티재 붉은 단풍이 위로해주네

수양대군, 회한으로 넘던 말티재 단풍
국내 첫 도심형 국립세종수목원 ‘눈길’
대통령 휴양하던 청남대서 우아한 산책


속리산 법주사에 가던 옛 순례길 중 가장 힘겨웠던 충북 보은 말티재, 가을이 되면 사람도 그림이 된다. [지앤씨이십일 제공]


속리산 법주사에 가던 옛 순례길 중 가장 힘겨웠던 충북 보은 말티재는 가을이 되면 고개 넘는 산행객들에게 큰 선물을 준다. 형형색색 울긋불긋 가을 단풍이 S라인 길 좌우에 펼쳐져 “이 맛에 말티재 오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는 사람도 그림이 된다. 전망대에 선 여행자, 차창 밖으로 고개 내민 승객 모두 보람찬 미소가 가득한데, 이 또한 말티재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다.

‘말티고개’는 피로 집권한 세조(수양대군)가 피부병으로 요양을 위해 속리산에 행차할 때, 험준한 이 고개에서 타고 왔던 어연(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일치기로 부담 없이 소풍 가듯 떠나기 좋은 이 계절,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 세종시·충북 보은군의 도움말을 들으며 그곳으로 떠나봤다.

세조는 말티재를 넘으며, 오래된 지병이 자신의 업보라 여기며 회한에 잠겼다고 한다. 그나마 아름다운 절경이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었으리라.

말티재는 속리터널이 개통되기 전 법주사에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언덕길이었다. 이 꼬부랑길은 해발 430m 자락에 7㎞ 길이로, 잘 보존된 천연림이 울울창창 펼쳐진 곳이다.

올해의 경우 이달 중순부터 이곳은 서서히 붉고 노란 가을 색으로 물들고 있다. 단풍의 절정은 다음달 초·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을 훼손하는 인공 시설물을 두지 않은 덕에 천연림이 잘 보존되고 있다. 보은 솔향공원 소나무홍보전시관 주차장에서 말티재 정상 쪽으로 왕복 5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완만한 경사를 갖고 있어 부담이 없다.

세종시에 가면 서울 창덕궁이 있고 담양 소쇄원, 속리산 정이품송도 있다.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최대 사계절 온실을 비롯해 한국적 전통과 현대적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20개 주제의 전시원에서 2453종·161만그루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한국의 정원’ 구역엔 창덕궁 후원과 소쇄원 닮은꼴의 정원을 두었고, 야외엔 정이품송과 뉴턴 사과나무의 손자목도 키우고 있다. 유리성처럼 지어진 사계절 전시 온실의 모양은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해 다자인 한 것으로, 지중해 전시온실, 열대 전시온실, 특별기획 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2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지중해식물 전시원에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960본을, 열대식물 전시원은 5.5m 높이의 관람자 데크길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 437종, 6724본을 관찰할 수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내달 2일까지 일정으로 지중해 온실에서 고흐 특별전을 열고 있다.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의 침실 등 4개 작품을 모티브로 공간을 구성했다. 작품 속 해바라기, 사이프러스, 아몬드나무 등이 꾸며진 이색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울긋불긋 다양한 야생화와 잘 가꿔진 나무들, 그리고 하늘에 닿을 듯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가 반겨주는 충북 청주 청남대는 원래 대통령 전용 휴양지였다가 개방된 곳이다.

대청호반에 자리 잡은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으로,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총면적은 184만4000㎡로, 주요 시설로는 본관을 중심으로 골프장, 그늘집,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4월 18일 일반에 개방한 후 모두의 쉼터가 됐다. 대통령 부부처럼 품격 있고 우아한 산책이 가능한 곳이다.

계절에 따라 제 모습을 바꾸는 조경수 100여 종·5만2000여 그루와 야생화 130여 종·20여 만본이 방문객들의 호흡기를 상큼하게 해준다.

13.5㎞의 산책로인 대통령길은 황톳길, 마사토길, 목교 등이 있으며 산철쭉, 금낭화, 춘란, 할미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식재돼 있다. 야생화마다 붙어있는 이름표는 QR코드로 상세 검색을 할 수 있어 자연 학습장 노릇도 한다. 그리고 과묵한 친구 대청호가 여행자의 시야에 머물며 동행해 준다.

세종·청주·보은=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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