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정치 헌금’, 공명당 이어 일본유신회 연정 논의서도 ‘아킬레스건’

16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마친 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13년 만에 정권 교체 위기에 몰리며 다급해진 자민당이 최근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기업·단체 헌금(정치헌금)애 대한 입장 차이가 양당 연정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헌금 문제는 공명당과의 26년 연정 붕괴를 이끈 자민당의 ‘아킬레스건’이다. 총리 지명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이 연정 구성을 위해 정치 헌금 문제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패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일본유신회는 전날 자민당과의 연정 구성을 전제로 한 협의에서, 자민당 측에 자당의 입장을 반영한 ‘12개 주요 정책 항목’을 전달했다. 세부 항목은 약 5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에 대한 소비세를 2년간 ‘제로’ ▷사회보험료 인하 등 자민·유신 공동 합의 반영 ▷기업·단체로부터의 정치헌금 금지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본격 시행을 위해 2025년 10월까지 제도 설계 ▷부(副)수도 기능을 정비하는 법안을 2026년도 통상국회에서 제정 ▷황실전범 개정을 통해 구(舊)미야케 남계 남자의 황족 복귀 등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유신회가 앞세우는 사회보험료 인하나 ‘오사카 부(副)수도 구상’은 자민당과 방향성이 일치하는 항목”이라며 “가장 간극이 큰 쟁점은 기업·단체 헌금(정치헌금) 에 대한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전날 일본유신회가 자민당과의 협의에 앞서 연 양원 의원총회에서는 기업·단체 헌금 문제와 관련해 자민당에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의원은 “이 문제는 엄정히 맞서온 사안이기에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유신회는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서 기업헌금 금지를 명문화했던 정당이다. 당시 정치단체의 연간 기부 한도는 1000만엔으로 상한을 설정했다. 이는 자민당과의 연정을 깬 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의 법안보다 훨씬 엄격한 내용이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 [UPI]


이번에도 일본유신회는 기업 헌금뿐 아니라 단체 헌금의 전면 금지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유신회 의원들은 기업·단체 헌금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활동을 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 역시 크다고 한다. 따라서 정치 헌금 문제를 자민당에 양보할 경우, ‘개혁 정당’으로서의 이미지 훼손이 오히려 우려된다는 전략적 판단도 나온다.

한편 지난 10일 정치 헌금 규제 문제의 답을 찾지 못해 공명당과의 연정이 붕괴됐던 자민당은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면 기업·단체 헌금을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명당이 정치 헌금을 받을 수 있는 정치단체를 ‘당본부’나 ‘도도부현 지부’로 한정하자고 제안했을 때, 자민당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당 지부가 헌금을 수령할 수 없게 하는 것에 대한 자민당 내부 반발때문이었다.

정치 자금 문제로 이미 지난해 큰 파동을 겪은 자민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자민당은 6개 파벌이 2018∼2020년 사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 수입 가운데 일부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대부분 해산을 선언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일본유신회는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역시 자민당에 제안하며 올해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는 전날 TBS 프로그램에서 ‘기업·단체 헌금 금지의 양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른 항목들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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