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오르세 가라더니”…챗GPT 썼다가 악몽된 파리 여행

프랑스 파리.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여행 일정을 짜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잘못된 정보로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 USA투데이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마케팅 컨설턴트 오리트 오프리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최근 파리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챗GPT의 도움을 받았지만 잘못된 안내로 여러 차례 애를 먹었다.

오프리는 “챗GPT가 월요일에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라고 추천했지만, 실제 그날은 휴관일이었다”며 “에펠탑에서 도보 10분 거리 내 식당을 알려 달라고 했는데, 대부분 20분 이상 걸리는 곳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AI의 조언이 부정확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AI 전문가인 크리스 다이어도 최근 가족과 일본 여행을 계획하면서 여러 AI 모델을 사용했지만, 공통된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안내한 페리 시간이 잘못돼 있었고, 입장 예약이 필요한 박물관은 이미 매진이었다”며 “방문하려던 사찰도 보수 공사 중이었고, 이동 시간은 실제보다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말했다. AI가 추천한 식당이 예약제로 바뀌어 낭패를 보기도 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밀턴 브라운 역시 “AI가 추천한 호텔이 인근의 같은 등급 호텔보다 약 40%나 더 비쌌다”면서 “알고 보니 그 호텔들은 AI에 학습된 특정 키워드를 겨냥한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가 실제로는 이런 마케팅 신호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를 활용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계획 서비스는 빠른 정보 수집과 맞춤형 일정 설계를 장점으로 내세워 전 세계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개인 취향에 맞춘 효율적인 일정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조사에서 여행자 상당수가 AI의 추천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 기업 큐릭이 지난 7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여행객들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 AI를 활용한 여행자들은 평균 7시간을 절약했고 5명 중 1명은 예산을 줄였으며, 78%는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여행지를 발견했다고 답했다.

편리함과 효율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AI 여행 조언을 무조건 믿기보다는 반드시 현지 정보와 대조해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보안 기술기업 오르쿠스의 닉 애덤스 대표는 “AI의 가장 큰 장점은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종합하고 비교할 수 있는 효율성”이라면서도 “사람보다 훨씬 빠르지만 정확도 면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