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공수사 전담 경찰…안보수사본부 신설 목소리 커진다 [세상&]

대공수사권 조정으로 간첩 수사 전담하는 경찰
검찰청 이어 방첩사 해체 추진하는 李정부…경찰에 몰리는 수사권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안보경찰…장기수사 가능한 환경 갖춰져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간첩 잡는 대공수사를 경찰이 전담한 지 1년 10개월. 경찰은 자체적으로 조직·시설을 보강했으나 수사 일선에선 여전히 지원이 절실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안보수사 업무 연속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 탓이란 문제 제기가 있다. 안보수사본부를 독립 조직으로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된 배경이다.

경찰 안보수사 인프라 강화
수사인력 비중 48%까지 확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은 안보기능 조직을 재정비하고 수사인력도 보강했다.

1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찰은 대공수사를 전담 지휘하는 경찰청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 직제를 신설하고 산하에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2개 과로 확대 개편했다.

지난 10년 동안 25~31% 사이를 오갔던 안보경찰 중 수사인력 비중도 대공수사 전면 이관 직후인 작년과 올해에는 48%까지 늘어났다. 안보경찰 인력 관련 예산도 2021년 285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25억7000여만원으로 늘었다.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확대·개편된 안보수사국.


안보경찰 인력과 관련한 예산은 올해 442억42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안보수사국의 보안 설비도 국정원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안보수사국과 안보수사단 건물은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돼 도감청 감지장비가 도입됐다. 전국 안보수사부서의 보안 강화를 위해 보안업무 관리규칙을 새롭게 제정해 시행 중이기도 하다.

2023년에 문을 연 경찰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에선 퇴직한 국정원 요원들이 안보경찰들을 대상으로 수사 기법·노하우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안보수사 전문인력’은 통상 안보수사에 5년 이상 근무 경력을 갖춘 이들로 본다. 안보수사국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경찰은 262명으로 전체의 23%(올 8월 기준) 수준이다. 경정 계급 이상 안보수사 지휘부 중 국가보안법 수사 2년 이상 경력자는 55명 중 24명 정도다. 대공수사 외에도 방첩·사이버 안보·대테러 등 세부 영역을 통합한 숫자다.

안보수사국 내 안보수사 분야 경력자 현황.


전문가들 “간첩 전담 수사기관으로 신뢰 얻어야”


이처럼 경찰의 안보수사 인프라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이른바 ‘간첩사건’ 수사 역량은 지속적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한 규모만 보면 국정원, 국군방첩사령부와 비교해 경찰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송치된 케이스 895건 중 711건을 경찰이 담당했다. 국정원은 165건 방첩사는 19건이다.

하지만 경찰이 다룬 사건은 대부분 ‘간첩죄’가 아닌 것들이다. 간첩죄는 통상 국보법 4조(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때에는 처벌한다)를 전제로 판단한다.

전직 안보경찰은 “경찰은 반국가단체 찬양·고무를 금지하는 국보법 7조 수사를 주로 한다. 또는 탈북민 중에 당국 허락 없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중국을 통해 북한에 다녀온 탈북민에 대해 국보법 8조 회합·통신 여부를 따진다”고 했다. 그동안 경찰이 주력해 온 대공수사는 엄밀히 말하자면 간첩단 실체에 접근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었단 설명이다.

황윤덕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국정원 전공은 실제 간첩에 해당하는 국보법 4조 목적수행 수사”라며 “다시 말해 같은 국보법 수사라도 ‘진짜 간첩’을 얼마나 잡았느냐를 따졌을 때 경찰과 국정원은 아예 다른 수사를 해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대공수사권 조정 이전에도 국보법 수사를 해왔지만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오윤성 순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모든 논의는 경찰의 간첩 수사 역량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간첩 전담 수사기관으로 경찰이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경찰·국정원·방첩사별 송치 현황.


장기적 수사 필요한 안보수사 특성 감안
별도의 ‘안보수사본부’ 설치 목소리 나와


안보수사를 둘러싼 이 같은 시각을 경찰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일선 안보수사 담당 경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해당 수사의 고유 특징과 조직의 생리 사이의 괴리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간첩죄를 적용하는 안보수사는 중장기적으로 추적하고 지켜보며 단서를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의 인사 시스템상 성과를 인정받기 까다로운 환경이다.

20년 넘게 안보수사에 몸담았던 박주현 경찰수사연수원 외래교수는 “안보수사는 대부분 시간 싸움이고 승진이 어렵다 보니 ‘좌천 코스’란 인식도 있다”며 “안보수사는 잘해야 1년에 한 건인데 드러나는 실적만 두고 특별승진을 경합시키면 밀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안보경찰은 ‘경찰이 돼서 평생 간첩 하나는 잡겠다’는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일하는데 안보수사만 해도 조직 내에서 잘 나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가수사본부에서 분리된 ‘안보수사본부’를 따로 두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야 안보수사의 성격을 감안한 지속 가능한 수사가 보장된다는 논리에서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됨에 따라 지난 21대 국회에선 안보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찰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상식 의원은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대공과 테러 등 복합적 안보위협에 신속하고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콘트롤타워로써 안보수사국을 안보수사본부로 격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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