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김치로 하향평준화” 장인이 말하는 김치 종주국 [식탐]

‘뮤지엄김치간’ 이하연 김치 행사
“수입품 대신 우리 김치 명품화를”

 

김치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김치가 글로벌 건강식으로 부상한 가운데, ‘김치 장인’이 직접 김치의 맛과 종류를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이하연 명인의 김치 시연 행사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풀무원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에서 진행됐다. 풀무원 뮤지엄김치간은 서울 유일의 김치 박물관이다. 연간 약 4만명의 내·외국인이 방문한다.

행사는 그의 저서 ‘별별김치’ 출간을 기념한 자리이기도 했다. 78종의 김치와 김치요리 10종 레시피, 역사와 지역별 특징 등 김치 이야기를 총망라했다.

‘명품김치 전도사’로 유명한 그는 지난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8호’다. 대한민국식품명인은 국가가 지정하는 관련 분야 최고의 기능장이다.

이하연 전통식품명인은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식문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치 종주국의 안타까운 현실도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200여 가지의 김치가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알고 있는 김치는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라고 말했다.

이하연 ‘김치 장인’이 김치를 직접 만들고, 김치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육성연 기자

수입 김치가 많아진 역사도 설명했다. 이하연 명인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김치가 이전보다 많이 간소화됐다”며 “이후 집마다 김치 품앗이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중국과의 교류로 2000년대부터 김치가 수입되며 김치 맛은 하향평준화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식당에서 처음 맛보는 김치가 수입품일 수 있다는 현실에 통감했다.

그는 “전국의 어머니만큼 많았던 김치 맛이 시대가 바뀌어 ‘상품 김치’의 시대가 됐다”며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가 빠르게 줄어 김치 종주국의 화려하고 풍부했던 맛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도 우리 김치의 다양성과 풍미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행사장에는 익숙한 김치부터 이름조차 생소한 김치들이 진열됐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화려한 궁중김치였다. 잣, 밤, 대추, 버섯 등 다양한 고명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궁중섞박지, 동치미, 송송이(깍두기), 보김치, 젓국지(조기젓이나 황석어젓을 넣은 통배추김치) 등이 있다.

재미있는 이름의 궁중김치도 있었다. 생선 비늘 모양과 비슷하다는 뜻의 ‘비늘김치’다. 비늘김치는 무를 절반으로 잘라 비늘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그 사이에 김칫소를 넣어 만든다.

(왼쪽부터) 해물 섞박지, 비늘 석류김치, 전라반지와 된장갓김치. 육성연 기자

소박한 사찰김치도 있었다. ‘된장 갓김치’는 여수 돌산갓에 젓갈류를 넣지 않고, 된장 양념으로 담근다. 사찰김치는 50종이 알려져 있다.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고 간단한 재료를 쓴다.

인상적인 외형은 고기를 품은 ‘전라 반지’였다. 마치 웰링턴 스테이크(페이스트리 안에 스테이크가 들어 있는 서양요리)처럼 안에 고기를 품고 있었다. 빵 대신 백김치가 고기를 감쌌다. 볶은 돼지고기와 낙지, 굴 등의 재료를 넣는다. ‘전라반지’는 조선 3대 명품 김치다. 남도의 반가 음식(조선 사대부가에서 적던 음식)으로 꼽힌다.

이 명인만의 특별 김치들도 있었다. 일명 ‘찰스 김치’다. 이 명인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제공한 김치다. 새우젓을 물에 끓여 걸러서 비린 맛을 최소화한다.

행사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김치는 ‘해물 섞박지’였다. 이 씨를 ‘김치 명인’으로 만든 해산물 김치다. 그는 2014년 ‘해물섞박지’를 선보여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일반 김치와 다르게 젓갈류와 해산물이 주인공이다. 소라, 낙지, 전복 등을 넣는다. 청량한 시원함과 해산물에서 나오는 오묘한 맛이 느껴진다.

이날 맛본 명인의 김치는 평소 먹던 김치 맛과 사뭇 달랐다. 담백하거나 고소하고, 톡 쏘는 맛 등 다채로운 김치 맛을 새롭게 알게 됐다.

이 명인은 “김치 종주국인 우리가 고유 김치를 명품화시켜 김치의 화려한 풍미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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