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혁 삼성전자 CTO “균열·흔들림 잡으려면 반도체에도 지질학 필요”

제27회 반도체 대전 기조연설
“혁신은 천재 아닌, 다양한 의견으로 가능”
“이공계간 경계 뛰어넘는 힘이 혁신 이뤄”
“종합 반도체 회사, 협업으로 혁신 가능”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시너지를 통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이제 삼성 반도체가 지진 전문가를 고용해서 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 기조연설에서 ‘시너지를 통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며 ‘경계를 넘는 협업(Disciplinary Collaboration)’을 강조했다.

송 CTO는 “삼성전자에서 29년간 반도체 개발을 맡으면서 혁신은 한 명의 똑똑한 천재가 아닌, 다양한 의견과 이견이 모여 정반합을 이룰 때 이뤄졌다는 점을 느꼈다”며 “경계를 뛰어넘는 힘이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문학·수학·기계 공학의 발전으로 항해 기술이 만들어졌고 언어학과 주조·기계가 합쳐져 금속활자가 탄생했다”며 “반도체 기술 또한 한 곳으로 융합(컨버전스)하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고 짚었다.

송 CTO는 현재의 반도체 기술은 평면(Planar) 구조의 시대에서 수직(Vertical), 접착(Bonding), 적층(Stock)을 지나 작은 면적의 칩 조각(칩렛)을 따로 제조한 후 후공정 기술을 통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이른바 ‘붙이고 쌓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D램에 구조적 혁신이 다가오는 중인데 (기존 D램에) 시스템반도체의 트랜지스터 기술과 낸드의 본딩 기술이 들어오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라 여겨진) 시스템반도체와 낸드 기술이 D램 혁신에 쓰이는 것”이라며 융합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융합의 범위가 넓어진 점도 강조했다. 20년 전만 해도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물리학, 전자공학 전공생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지질학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실리콘 기술이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에서 다학제간 융합은 더욱 중요해졌다.

송 CTO는 “반도체 공정에서 크랙(균열)이나 위글링(흔들림)을 잡으려면 지질학이 필요하다”며 “예전에는 10개 부서가 함께 일하면 됐는데, (기술 난도가 높아지며) 이제는 20~30개 부서가 힘을 합쳐야만 한다”고 이(理)공계 간 그리고 이(異)공계 간 협업을 강조했다.

송 CTO는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D램, 낸드, 로직, CIS(CMOS 이미지센서)까지 다 하는 유일한 (종합반도체) 회사”라며 “플래시(사업)를 하던 직원이 로직(사업)으로 가고, 로직을 하던 친구가 D램에 가서 패키징 기술에 대해 논의한다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이 없다면 혁신이 없다”며 “삼성전자도 양질의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소재, 설비, 테스트, 패키징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 학계, 산업계와 함께 기술 개발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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