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 러시아산 석유 끊나?…美제재 압박에 ‘직격탄’

印 릴라이언스·中 국영 정유사 잇따라 수입 중단
러시아와 거래시 2차 제재 위험
美, 러 석유사 2곳 제재…푸틴 전쟁자금 차단
WTI·브렌트 등 국제유가 5% 이상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로 인도와 중국의 주요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조치에 중국과 인도가 반응하며 향후 양국간 무역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미국의 2차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값싼 러시아산 대신 중동 등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의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 정유시설과 중국 국영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대부분 중단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을 우크라이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 강도를 대폭 높인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해온 인도의 민간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 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지침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이후 국제 유가는 5% 이상 급등했다.

한 관계자는 “릴라이언스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할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절대 모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도 정유사가 제3자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왔지만, 릴라이언스는 로스네프트와 직접 계약을 맺은 만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과 거래해온 한 관계자는 “미국 제재 발표 이후 중국의 대형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부 소규모 민영 정유사들은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 원유 수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중국은 해상과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200만배럴, 인도는 하루 150만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인도가 곧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년간 저가 원유를 들여와 수십억달러를 절약해왔으며, 이는 러시아에도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다.

러시아 정부 예산에서 석유와 가스 수출 대금은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제재 대상으로 대형 석유기업을 겨냥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원유가 러시아 전쟁 자금의 핵심 원천이라고 보고, 인도 정부에 수입 중단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전문가들은 미국 재무부가 루코일과 로스네프트와의 거래 중단 시한으로 설정한 11월 21일 이후, 인도의 원유 수입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의 국영 석유회사 출신으로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서 일하는 두타트레야 다스는 “앞으로 인도의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며 “다시 옛 시대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외교부는 “주요 원유 수입국으로서 안정적인 가격과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상황에 맞게 에너지 공급원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미국의 추가 제재를 “러시아에 대한 압박 시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것은 확실히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이라며 “이는 명백한 일이며 이제 막 회복하기 시작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강화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푸틴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해달라는 요청하는 데 대해서는 “갈등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며 “그런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면, 압도적이라 말할 수는 없더라도 아주 심각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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