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테네시 주지사, 한국타이어 최고경영진과 ‘장시간 회동’…“한온·한타 美 추가 투자논의”

이수일 부회장·안종선 대표와 3시간 회동
테네시 타이어공장 2조 증설 프로젝트 점검
‘관세 장벽’ 속 협력 강화 논의 관측


빌 리(왼쪽부터) 테네시주지사, 이수일 한온시스템 부회장, 안종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테네시주, 한국앤컴퍼니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성남)=김성우 기자] 6년 만의 방한 일정을 소화 중인 빌 리 테네시 주지사가 2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앤컴퍼니그룹 ‘테크노플렉스’ 사옥을 찾는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미국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문으로 풀이된다.

24일 테네시주 관계자와 수출업계에 따르면 리 주지사는 이날 오전 11시 테크노플렉스 사옥을 방문해 이수일 한온시스템 대표이사(부회장), 안종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표이사와 회동한다. 양측 간 만남은 이날 오찬까지 포함하면 약 3시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현재 그룹의 넘버 2인 동시에, 한온시스템의 경영을 맡고 있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가 테네시주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 오랜 기간 사업을 이어오며 주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이번 방한에서도 한국앤컴퍼니와의 회동이 주요 일정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매출의 상당 부분을 북미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클라크스빌에 2017년 완공한 테네시 공장은 미국 시장에서 핵심 거점 역할을 해왔다.

기존 타이어 생산량은 연간 550만 본 수준이었으나, 현재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약 15억7500만 달러(한화 약 2조1000억 원)를 투입한 증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은 연간 1200만 개 수준으로 늘어난다. 기존에는 승용차와 경트럭용 타이어만 생산했지만, 증설 후에는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 생산라인까지 확장된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고인치(inch) 타이어 대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해당 투자는 지난 2022년 일찌감치 시작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초에도 미국 법인 ‘한국타이어아메리카’에 1439억6000만 원을 추가 출자하며 현지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한온시스템 역시 1억7000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입해 테네시주에 미국 내 네 번째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전기차용 열관리 시스템을 생산할 예정이다.

테네시주 입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지역 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회동에서도 이러한 투자 내용과 향후 협력 방향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 정책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양측이 신규 시설 건설이나 추가 증설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입장에서도 테네시주는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서 매력적이다. 인근 8개 주(켄터키·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앨라배마·미시시피·아칸소·미주리)와 접해 있어 미국 전역으로 물류를 운송하기에 최적화된 교통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미국 투자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사실상 필수가 된 상황에서, 각 주정부는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리 주지사 역시 이번 회동에서 기존 투자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한편, 한국타이어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리 주지사도 이번 방한 일정에 맞춰서 각 기업 최고경영진과 회동을 갖는 ‘분주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리 주지사는 지난 23일에는 스튜어트 맥코터 경제개발부 장관과 동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찾아 이석희 SK온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과 면담을 가졌다.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는 테네시주에 연간 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는 70킬로와트시(㎾h) 용량 배터리 기준으로 약 60만대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또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를 비롯해 LG전자와 효성중공업 관계자 등 테네시주에 투자한 주요 기업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 주지사는 24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한국제인협회 조찬 간담회에서는 류진 한경협 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포스코, CJ, LS, 두산, 효성, 동원 등 6개사의 기업 관계자가 동석해 한-테네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한국의 투자 성과 확인 및 향후 투자 기회를 함께 모색했다. 류 회장은 간담회에서 대미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애로사항 등 경제계의 의견을 테네시 측에 전달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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