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달러선 뚫은 뉴욕유가…러시아 제재에 ‘에너지 쇼크’ [투자360]

WTI 5.6% 급등, 배럴당 61.79달러…올해 두 번째로 큰 폭 상승
유가 급등에 달러 강세 심화, 달러/원 1437원으로 6개월래 최고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美 국채금리·원화 약세 동반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대표적인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전장보다 2%가량 오른 배럴당 75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 중에는 전장 대비 6% 넘게 뛴 배럴당 78.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국제유가가 러시아 주요 석유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하루 만에 5% 넘게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달러 강세를 자극하며 원화 가치에도 직접적인 압력을 가했다. 달러-원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3.29달러(5.62%) 급등한 배럴당 61.79달러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60달러를 상회한 것은 이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상승률 기준으로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폭이다.

이 같은 급등은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하면서 촉발됐다. 두 기업은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축으로, 특히 로스네프트는 세계 2위 산유 기업이자 러시아 정부 재정의 주요 기반 역할을 한다. 제재가 본격화할 경우 러시아산 원유의 국제적 유통이 제한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영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해상 원유 구매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요가 다른 산유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상승을 자극했다.

유가 급등은 금융시장으로도 파급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미 국채 금리는 상승했고, 달러화는 강세 흐름을 보였다. 같은 날 달러-원 환율은 서울환시 종가(1429.80원) 대비 7.60원 오른 1437.40원에 마감하며 지난 4월 25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441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원화 가치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구조적 특성상 유가 급등 시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이와 같은 패턴이 반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인덱스(DXY)는 뉴욕장에서 99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화와 위안화 등 주요 아시아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은 오는 24일 발표 예정인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다음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이 향후 물가 지표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연준의 통화정책 예상 경로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유가의 단기 급등이 일시적 충격인지, 구조적 상승 추세의 시작인지에 따라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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