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도, 은평도 변했는데 왜 상계만” 10·15 대책에 상계5구역 주민들 뿔났다[부동산360]

전임 시정 해제·공사비 갈등에 16년 표류
건축심의 통과 앞두고 10·15 대책에 ‘흔들’
서울시 “주민 화합시 내년 사업시행인가 가능”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에 가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한 채 43년을 이곳에서만 줄 곳 살았습니다. 시장님을 비롯해 의원님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 조합원 A씨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5구역 재개발 현장에는 절박한 호소가 쏟아졌다. 상계5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이번 겨울이 가기 전 건축 통합심의만 통과되면, 20년 넘게 멈춰 선 사업이 드디어 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계5구역은 ‘상계 뉴타운’ 6개 구역 중 지형이 가장 평평한 구릉지로, 사업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다. 2009년 조합 설립 후 조합장 교체·공사비 갈등·시공사 변경 등 숱한 난항을 겪었지만, 올해 3월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확정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하 3층~지상 37층, 21개 동 2016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며, 특히 인근 불암산역을 끼고 있는 초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하지만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앞두고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분양권 거래 제한 등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며 “사업이 또 늦어질까 두렵다”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했다.

한 80대 조합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 속도를 내도 새로 지은 집에 문턱을 밟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5구역’ 넘어로 준공이 완료된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아파트(6구역)’이 보이는 모습. 정주원 기자


조합원 B씨는 “장위동도 변하고, 은평도 변했는데 왜 상계만 멈춰 있냐”며 “옆에 6구역과 4구역은 같이 구역 지정이 됐는데 벌써 준공하고 자리를 잡았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주거환경의 격차가 너무 커서 마음이 아프다. 이번만큼은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보여달라”고 외쳤다.

또 다른 70대 조합원도 “노인정 하나 없는 곳에서 240가구가 장마와 눈을 맞으며 산다”며 “올해 안에 건축심의만 통과되면 내년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게 우리 세대가 새 아파트를 볼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이에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 시장은 “이번 10·15 대책으로 인해 대출과 거래 제한 등 새로운 변수들이 생겨났다.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재력이 각기 다른 데다가 재개발이 되면 아예 이참에 이곳을 팔고 나가 그 돈으로 생활하고 싶은 수요도 많은데 그조차도 불편하게 됐다”며 “서울시와 여당이 공조해 불필요한 제약과 대출 제한 등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상계5구역은 노후도 98%에 달하는 대표적 노후 주거지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협소한 골목 구조를 지녀 안전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포함한 상계뉴타운 전체를 약 8000가구 규모에서 1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기준 용적률을 20%에서 30%로, 법적 상한 용적률을 1.2배까지 완화해 주민 분담금이 최소 6000만원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상계5구역은 그동안 전임 시정의 정비사업 해제 정책으로 20년 가까이 뒤처졌던 대표적 지역”이라며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를 18년 6개월에서 12년으로 단축한 만큼, 조합이 한 목소리로 협력하면 반드시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상계5구역’ 조합원들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 정주원 기자


상계5구역 조합장 역시 “지금 당장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사고가 날까 두렵다”며 “새 건물을 지어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 올해 안에 건축 통합심의만 통과된다면 조합이 뜻을 모아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0년 가까이 기다린 주민들이 이제 막 문을 열려는 찰나, 정부의 대책으로 다시 발목이 잡히는 일이 생겼다”며 “주민들이 새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정책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통해 인허가 병행처리, 공정 촉진 갈등관리 책임관 제도 등을 도입하며 사업 기간을 평균 12년으로 단축했다. 상계5구역 역시 2029년 착공,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계5구역은 역세권이자 상가가 혼재된 지역이라 초기 이해관계 조율에 시간이 걸렸다”며 “현재 통합심의 단계에 진입했으며, 절차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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