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해양패권’ 놓고 샅바싸움…중국 항만 장악력 어느 정도길래[디브리핑]

중국 기업들, 해외 90곳 이상 심해항 소유·운영

중국 코스코, 스페인 발렌시아항 지분 절반 보유

그리스 피레우스항도 지분 67% 코스코 보유

아프리카 32개국의 78개 항만에도 참여

WSJ “항만 소유, 경제 패권의 상징”

“상업적 이점 분명하지만 안보적 우려도 커”

지난 4월 중국 선전에서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테이너선, 크레인, 적재된 선박 컨테이너들 앞으로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무역갈등이 해양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미국이 해양패권을 두고 중국을 견제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중국이 전세계 주요 항만들을 장악해왔기 때문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중국연구 선임연구원 아이작 카돈은 중국 기업들은 해외 90곳 이상의 심해항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이 중 34곳은 로이드 리스트 기준 세계 100대 항만에 포함된다.

카돈 연구원은 “중국은 모든 지역의 주요 해상 요충지에 클러스터 형태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며 “상업적 이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안보적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항만 소유권은 단순한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항만을 많이 보유할 수록 세계 해상 무역에서 장악력도 커질 수 있으며, 이는 무역 갈등에서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상품 수출의 약 15%를 차지하며, 그 어떤 나라보다도 큰 비중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주요 해상 무역로를 따라 상업

적 거점을 확보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항만을 소유하는 것은 무역 루트의 재편이자, 경제 패권의 상징이다”며 “전 세계 해운 컨테이너의 대부분이 중국의 코스코,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 CGM, 덴마크의 머스크 등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까지…중국의 해상 요충지화

 

지난 4월 중국 선전의 옌톈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 선적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게티이미지]

이미 중국의 항만 장악력은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뻗쳐있다. 유럽 5위의 컨테이너항, 남미 태평양 연안 최초의 초대형 선박 접안이 가능한 심해항, 아프리카 전체 상업항의 3분의 1 이상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2006년 홍콩 복합 기업 CK허치슨에 바르셀로나항 신(新)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운영권을 부여한 바 있다. CK허치슨은 19세기 초 홍콩 식민지 시절 항만 사업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1990년대부터 영국·네덜란드·스웨덴·벨기에·독일·폴란드·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 항만 투자를 확대했다.

중국 국유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 이름이 적힌 한 컨테이너선의 모습. [게티이미지]

중국 국유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는 지난 2017년 스페인 정부의 부채위기와 미국 사모펀드들의 매각 압박 속에서 발렌시아항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중국 국영기업 초상국(차이나머천트) 그룹은 지난 2013년 프랑스 글로벌 해운사 CMA CGM의 터미널 운영사인 ‘터미널링크’ 지분 49%를 인수했다. 터미널링크는 세계 12번째 터미널 운영사다. 미국 휴스턴, 마이애미, 부산 등 전 세계 15개 컨테이너 터미널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5대 항만으로 알려진 그리스 피레우스항도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코스코는 지난 2016년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피레우스항 운영권 67%를 인수했다.

블룸버그는 “이 거래는 당시엔 환영받았지만, 현재 미국과 유럽은 이를 전략적 실수로 평가한다”며 “피레우스항 이후 중국은 유럽 주요 항만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리우 종위안은 “유럽 항만은 자산 가치와 인프라 품질이 모두 뛰어나며, 세계 무역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며 “그만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WSJ은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를 발표한 이후 육상·해상 무역로 현대화를 추진하며 항만 투자를 가속화했다”며 “이는 현대판 실크로드로, 중국과 유럽을 잇는 핵심 거점으로 스페인 발렌시아 같은 항만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8월 남미 태평양 연안 최초의 초대형 컨테이너항인 페루 찬카이항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로이터]

남미의 일부 항만들도 중국의 영향권에 있다.

남미 태평양 연안 최초의 초대형 컨테이너항인 페루 찬카이항은 중국 코스코가 과반을 소유하고 있다. 찬카이항으로 인해 블루베리·포도 등 페루 농산물의 중국 수출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중국이 향후 남미산 대두·옥수수로 미국산 곡물을 대체하며 미중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외로 중국 국영기업들은 아프리카 32개국의 78개 항만에 건설업체, 금융제공자,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전체 상업 항만 231개 중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서아프리카에 35개, 동아프리카에 17개, 남아프리카에 15개, 북아프리카에 11개 항만에 중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일례로 중국항만엔지니어링 지난 2022년 나이지리아에서 15억달러(약 2조1100억원) 규모 항구인 ‘레키 심해 항구’를 완공했다. 중국항만엔지니어링이 지분의 52.5%를 갖게됐다.

입항료 고래등 싸움에 선사들만 피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해 있다. [게티이미지]

다만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게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 탓에 해양사들로선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상당수가 한국과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해운 데이터 제공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미국의 항만 요금 부과로 인해 세계 10대 해운사들은 2026년까지 약 32억달러(약 4조4000억원 의 추가 부담을 질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퉁선물의 해운 분석가 레이 유에는“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 중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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