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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폭군의 셰프’ 장면 [tvN 캡처]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배우 임윤아가 만든 타락죽은 실제로 왕실의 보양식 중 하나였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열린 한식콘서트에서 청중은 인기 드라마의 얘기에 눈이 반짝거렸다. 강연을 맡은 차경희 전주대 교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전통 음식을 조선 문헌을 통해 이해하는 자리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매달 한식콘서트를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개최한다.
한식 전문가인 그는 고(古)조리서 연구와 인재 양성에 이바지한 공로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현재 전주대 한식조리학과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한식조리학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주대에 있다.
차경희 교수는 드라마 속 타락죽이 “‘승정원일기(조선시대 승정원에서 기록)’에서 287건이나 기록될 만큼 왕실에서 ‘식치’로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이 생기기 전에 음식으로 예방하는 것은 ‘식치’, 병이 생긴 후 치료하는 것을 ‘약치’라고 했다”며 “조상들은 식치를 우선시했다”고 덧붙였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건강과 음식과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설명이다.
타락(駝酪)이란 우유를 가리키는 옛말이다. 타락죽은 불린 쌀을 곱게 간 후, 우유를 넣고 끓여서 만든다. 당시 우유는 매우 귀해 왕실에서 사랑받던 식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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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락죽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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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경희 전주대 교수가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열린 ‘한식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육성연 기자 |
드라마에서는 ‘고추장 버터 비빔밥’도 등장했는데, 드라마의 인기만큼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참기름 대신 버터를 넣은 퓨전 비빔밥이다. 차 교수는 해당 메뉴를 언급하며 K-푸드의 위상을 느끼게 된 일화를 전했다. 그는 “비빔밥을 해외에서 홍보할 때면, 향이 강한 참기름 대신 외국인에게 익숙한 올리브유를 넣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외국인들이 참기름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드라마 장면도 있었다. 고추의 등장이다. 차 교수는 “한반도에서 고추는 1700년대에 먹기 시작했다”며 “드라마에선 극적 재미를 위해 미래 시간을 앞당겨 사용했다”고 미소 지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왕은 연산군을 모티브로 재창조한 인물이다. 연산군은 1700년대보다 훨씬 앞선 1494~1509년 재위했다.
조선시대 식책으로는 어의 전순의가 쓴 식이요법서 ‘식료찬요’와 식생활 기록서 ‘산가요록’을 먼저 소개했다. 차 교수는 산가요록에서 ‘기운을 내주는 음식’이라고 소개된 우모전과를 설명했다. 우무는 우뭇가사리를 끓여서 묵처럼 만든 것이다. 우모전과를 만들려면, 굳은 우무를 다시 끓여 그 국물에 꿀과 후춧가루를 섞고, 이를 굳히면 된다.
조선 후기에서는 숙종 때 발간한 ‘산림경제’ 책을 살펴보며 숙종이 먹은 붕어죽을 소개했다. 붕어죽은 붕어를 푹 고아 살을 발라내고 쌀을 넣어 끓인다. 왕실에서는 타락죽이나 붕어죽 외에도 담죽(묽은 죽), 두죽(팥죽)등의 죽을 즐겨 먹었다.
어의 이시필의 ‘소문사설’ 책에서는 토란떡을 소개했다. 익힌 토란에 구멍을 뚫어 꿀물에 재운 후, 밤가루·잣가루에 굴린 떡이다.
차 교수는 우리 조상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상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순의 어의는 ‘음식의 효능이 약의 절반도 넘는다’고 했고, 허준도 ‘가장 좋은 약은 밥’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료찬요 서문에 적힌 문장을 청중에게 전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음식이 가장 우선이다. 음식으로 질병을 다스리고, 그다음 약으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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