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다극화 세계 오고 있다”…트럼프 우회 비판

美 겨냥 “걸핏하면 단체 탈퇴·조약 파기”
“역사 돌릴수 없어…개도국 발언권 높여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20회 란팅(藍廳)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걸핏하면 단체 탈퇴나 조약 파기를 하고, 진영화와 작은 그룹 만들기에 열중하는 것으로 인해 다자주의는 전례 없는 도전을 받았다”며 “그러나 역사의 조류는 되돌릴 수 없고, 다극화한 세계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0일 부산에서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중국 외교 사령탑이 각국 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회 비판한 것이다.

란팅포럼은 중국 외교부가 자국 정책과 관심사를 설명하기 위해 2010년 만든 국제 행사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2023년 친강 전 외교부장이 기조연설을 했던 19회 포럼 이후 열리지 않았다.

올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제창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전면에 내걸고 개최됐다.

시 주석이 지난 9월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공식화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국제 관계의 민주화와 개발도상국의 발언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개념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 질서를 훼손했고, 자국은 유엔과 다자주의 시스템, 개발도상국들의 권익을 지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왕 부장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는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이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국제 규칙을 유리하면 따르고 불리하면 버리는 식이어선 안 되고, 걸핏하면 유엔의 목을 졸라서는 더욱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개도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높이고, 크고 강한 것이 작고 약한 것을 괴롭히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국제법과 국제 규칙의 평등하고 통일적인 적용을 주장하고 소수 국가의 집안 규칙을 강제로 타국에 적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러시아·북한 등 중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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