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불확실성 해소·반시장 법안 보완 필요”
與 성과 독차지 경계…부동산 고리 경제 총공세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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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국민의힘이 사상 최초의 ‘코스피 4000’ 돌파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출발선” 등 연이어 환영 입장을 내놓은 더불어민주당과 대조적으로, 내부에선 과도한 시중 유동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공세가 자칫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전략적 판단이 나온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4000선을 넘은 코스피 지수와 관련해 “지금은 자화자찬하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많은 경제 전문가는 실물경제 개선 조짐이 없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급등이 유동성의 기대에 올라탄 ‘반짝 장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김 의장은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며 “정부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감한 규제 완화, 투자 친화적 제도 개선, 노란봉투법 폐지, 과도한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기업·반시장 법안의 합리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 발언은 코스피 4000 돌파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첫 공식 언급이다. 전날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기자 “국운이 계속 상승했으면 좋겠다”(정청래 대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박수현 수석대변인)며 즉각 환영 반응을 내놓은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하루 동안 지도부 입장 표명이나 대변인 논평 없이 침묵했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정부·여당이 코스피 4000의 성과를 독차지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힘입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이번 상승세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의장도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이끈 장”이라며 “(민주당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것을 전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탓으로 돌리더니, 코스피가 오르면 본인들 덕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된 일은 내 덕, 잘못된 일은 남 탓, 이런 이중적 태도는 고쳐야 한다”며 “코스피는 정치가 이끄는 지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10·15 부동산 대책을 고리로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공세에 당력을 쏟아붓던 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운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기에는 환율도 문제고 물가도 문제고 집값도 문제”라며 “이것만 갖고 경제가 다 좋아지고 있다고 보면 안 된다. 환율이나 집값 얘기를 (당 차원에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여당이었던 윤석열 정부 시절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 정책을 추진했던 만큼 코스피 4000에 소극적인 모습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시절 ▷주주 환원 확대 기업에 법인세 감면 제공 ▷최대 주주 주식 상속·증여 시 20% 할증 과세 폐지 등의 세제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에도 ‘주식·디지털 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당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의 주식시장 불법 개입’ 음모론을 놓고선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김민수 최고위원은 유튜브 방송 등에서 사견을 전제로 “명백하게 모든 조건이 주가가 떨어져야 함에도 주가가 오른다.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봐야 맞는다”며 “많은 전문가가 불법적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는 의혹 제기를 하는 상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부 발언은 ‘혐중’이란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주장만으로는 정책 정당으로 보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