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란듯 ‘희토류 자립’ 나선 미국

국영·민간기업 협업해 희토류·핵심광물 확보 나서

호주·일본 등과 희토류 협력도 강화

중국 희토류 통제에 ‘자립’ 꾀하는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중국이 희토류 통제 강화를 무역전쟁에서 핵심 카드로 내세우자, 미국이 탈(脫)중국을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자, 동맹과의 협력 강화 등을 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 4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뒤 미국 정부와 민간 자금이 희토류 기업들로 대거 유입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금속 전문 투자사 ‘오리온 리소스 파트너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컨소시엄을 최근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 정부 자금도 일부 포함됐다.

앞서 미 국방부는 미국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를 투자, 최대 주주가 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캐나다의 희토류 업체 유코어 레어 메탈스는 미 국방부로부터 1800만달러를 지원받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첫 상업용 희토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정부 주도의 사업은 아니지만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도 핵심 광물 개발에 뛰어들었다. JP모건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내 안티모니 광산을 개발 중인 퍼페투아 리소시스에 지분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JP모건이 이날 공개한 합의서에 따르면 JP모건은 퍼페투아의 지분 약 3%를 7500만달러(약 1080억원)에 취득한다. JP모건은 향후 3년 내 420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워런트(신주인수권)도 보유하게 된다.

퍼페투아는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안티모니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광산이 2028년 가동하면 미국의 연간 안티모니 수요의 35% 이상을 공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AP]

미국은 희토류 및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동맹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이와 연계해 미국 수출입은행은 호주 내 7개 광물 프로젝트에 대한 22억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 의향서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서호주의 갈륨 정제시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26일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태국·말레이시아와 핵심 광물 공급 다변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8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연이은 희토류,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노력을 두고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오히려 서방의 핵심 광물 산업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토류 산업 컨설턴트 존 오머로드는 WSJ에 “중국이 잠자던 거인을 깨웠다”는 평을 내놨다. WSJ은 시장조사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가 오는 2030년 미국의 희토류 자석 생산능력 전망치를 세 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서방이 희토류 공급망을 복원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평가도 있다. 희토류 정제 등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관계 회복을 위한 장기적인 합의를 할 경우 서방이 다시 중국 광물에 의존하는 ‘쉬운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희토류는 채굴보다 정제가 관건인데,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 요인이 많다는 점도 서방 선진국들이 희토류 자체 공급망을 갖추는걸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는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 회담에서 희토류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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