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요구 받은 적 없다’ 확인서? 소가 웃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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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딸의 국회 결혼식으로 논란을 빚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연일 비판하고 나섰다.
이 전 위원장은 28일 페이스북에 과방위의 직간접 소관기관 명단을 올리며 “유관 기관 만도 몇 백 개는 될 듯한데, 과연 기관장들만 축의금과 화환을 보냈을까”라며 “과기정통부만 하더라도 장관에 차관 두 명, 본부장 한 명, 그리고 국장급만 20명에 가까운데 말이다”라고 적었다.
앞서 최 의원은 국감 기간인 지난 18일 국회에서 딸의 결혼식을 치러 논란을 빚었다. 결혼식장에는 과방위 피감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 방송통신전파진흥원, 통신3사 등이 보낸 화환 100여개가 줄 이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돌린 모바일청첩장에는 신용카드 결제 기능까지 포함돼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 신경 못 썼다”는 취지의 해명으로 더욱 빈축을 산 최 의원은 지난 26일 대기업 및 언론사 관계자, 정당 대표 등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명단을 텔레그램을 통해 보좌진에 보내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히자 “관례 이상으로 들어 온 축의금을 반환하기로 하고 그 명단과 금액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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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감사 기간 딸 결혼식으로 논란을 빚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축의금과 관련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고 있다. 대기업, 언론사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는 이 메시지는 최 위원장이 축의금을 돌려주는 과정 중 보좌진과 주고받은 내용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 제공] |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에도 페이스북에 ‘최민희 의원, 그 댁 남편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최 의원 저격 글을 올렸다.
이 전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에서)강제로 잘린 이후로 방통위 업무나 과방위 관련한 이슈에는 언급을 자제하려 했지만, 최근 최 의원의 발언 등을 보고 사실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쓴다”고 했다.
이어 “최 의원이 ‘기업이나 피감기관에 청첩장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고, 의원실 누구도 기업, 기관, 단체를 상대로 청첩장을 전하거나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순간 가증스러웠고 분노가 솟구쳤다.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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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
그러면서 “사실은 이렇다”며 최 의원 딸 결혼식을 알게 된 경위를 풀어썼다.
이 전 위원장에 따르면 9월 초중순 무렵,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어느 직원이 ‘최 의원 딸 혼사가 있어서 화환을 보내야겠다’고 보고했다. 최 의원과 앙숙 관계인 이 전 위원장은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 관계를 다 아는데, 화환을 보내야 되냐’고 묻자 그 직원은 ‘의례적인 거다. 의원실 보좌관이 연락 왔다’고 답했다. 결국 이 전 위원장은 “보내지 않으면 방통위가 보복을 당할까 봐” 본인 명의로 화환을 보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달 25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이 상정되고, 이 전 위원장은 자동 면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화환 보내는 걸 취소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위원장은 “나중에 혼사에서 찍힌 사진을 보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축하 화환이 배달되어 있었다”며 “이런데도 ‘최 의원을 비롯해 최 의원실 누구도 기업, 기관, 단체를 상대로 청첩장을 전하거나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는 입장문을 내니 가증스럽지 않겠냐. 그 직원이 거짓으로 보좌관실에서 연락 받았다고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최 의원실은 ‘방미통위’에 확인해서 ‘누구도 화환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냈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며 “2024년 청문회 기간 방통위 직원이 과방위에 출석해 쓰러지는 바람에 119에 실려가기도 했고, 또 한 간부는 힘들다는 탄원서를 국힘 의원에게 제출했다가 최 의원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그런데 피감기관에 확인서를 받아냈다고?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위원장은 국감 준비에 딸의 결혼식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다는 최 의원의 해명에 대해 “청첩장 신용카드 결제 이슈가 결혼식 2주 전에 나왔다. 충분히 ‘화환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등의 조치를 할 시간이 있었다”며 “과방위 때 최 의원 모습을 보면 당일 미용실 다녀온 듯 머리가 잘 정리돼 있고, 결혼식 당일 사진을 보면 새로 맞춘 고운 한복도 입고 있었다. 사랑재 예약은 최 의원 ID로 된 것으로 확인돼 관계가 소원하다는 딸이 해킹했나 등의 비아냥이 속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환은 돌려 보내도 주문한 사람들에게 환불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 의원은 남편과 동거중인 걸로 나오는데 댁의 남편은 안녕하시냐”면서 “양자역학 공부하느라고 바빠서 결혼 날짜도 몰랐다고 하는데, 남편은 중성자역학(neutron physics) 공부하셨나.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바쁘면 다른 한 명이 챙기는데, 이 댁은 부부가 모두 딸과 소원해서 결혼을 챙기지 못했나. 내가 그 댁 딸 입장이라면 매우 섭섭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7일 이 전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했다. 지난 4일 석방된 뒤 23일 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