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이어 제재완화 시사
北, 북러회담 공보서 ‘美 비난’ 빼
트럼프 방북의욕에 北 반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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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EPA]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북한은 일단 무응답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 관영매체는 북러 외무장관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러시아 측과 달리 미국을 비난한 내용을 누락시켜 묘한 여운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100% 열려있다”며 김 위원장이 연락한다면 만나겠다고 답변한데 이어 다시 한번 북미 정상 간 만남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가 만나고 싶어 한다면 만나고 싶다”면서 “그가 만나고 싶어 하면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한 일정 연장에 대해 “아주 쉬운 일”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호응하기만 한다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9~30일로 예정된 한국 체류 일정도 연장할 수 있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내가 한국에 있으니 바로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북한 땅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2019년 6월 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으로 내려온 만큼 이번에 다시 북미 정상이 만난다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북측 지역이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에 있어서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상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시기와 장소, 의제, 의전, 경호 등 문제가 조율돼야 하는데 시기와 장소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부분 양보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진다면 판문점 북측 판문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 대북제재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 이는 시작하기에는 꽤 큰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대화 의제로 대북제재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 정상이 만나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에 따른 보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제시할 만큼 관심을 가졌던 카드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재 풀기에 집착해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대북제재 완화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해석하기에 따라 시기와 장소와 함께 의제에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성의를 표했다고는 볼 수 있다. 앞서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한 것과 결이 맞닿은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북미 정상 간 만남과 관련해 주목받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북러 외무장관회담을 가진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했다.
실무방문임에도 불구하고 크렘린궁에서 최 외무상을 만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언급한 뒤 “베이징에서 만나 우리의 관계 발전 전망에 대해 자세히 얘기했다”며 “이제 모든 것이 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제안을 비롯한 북미관계와 미러관계, 그리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외무상은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에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북러조약) 이행 약속을 재확인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러 양국의 외무장관회담 결과에서 다소 온도차가 난다는 점이다. 먼저 러시아 외무부는 북러가 국제정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 세계 긴장 고조 이유가 ‘미국과 그 동맹들의 공격적 행동’이라는데 공통된 이해가 표명됐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반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보도한 북러 외무장관회담 공보문에서 “두 나라의 관심사로 되는 주요 국제현안들과 관련한 외교적 조정에 중심을 두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전략적 의사소통이 진행됐으며 토의된 모든 문제들에서 견해 일치를 이룩했다”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정상 간 만남에 대해 “북미 간 사전조율이 없었던 만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형식과 의제를 갖춘 회담을 갖기는 어렵다”면서도 “양 정상이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면서 각자의 위상을 제고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윈윈 차원이라면 김 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망했다. 신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