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협상보다 ‘안전장치’ 곳곳에 마련 평가
연간 200억弗 한도, 기성고 방식으로 전달
1500억弗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별도 산정
협의위원회 구성해 ‘투자 레드팀’ 만들어
상황에따라 수익 배분 비율 조정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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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 |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고, 전반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 (뉴욕타임스)
한국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수개월간 끌어온 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다.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고 1500억달러는 마스가(MASGA) 즉 조선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금 투자 부분에 대해서는 200억 달러를 연간 한도로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30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석 달 전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협상안과 비교해 ‘안전장치’를 곳곳에 마련해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통신 등도 투자 방식과 규모 등 세부 내용에 관한 한미 양국의 이견이 이어지면서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됐었다며 이번 합의를 깜짝 성과로 평가했다.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일본 685억 달러, 한국 660억 달러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는 일본(5500억달러)과 비교해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은 투자 대상 프로젝트가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주관적일 수 있는 문구를 추가해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용범 실장은 전날 경주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일본이 확보한 안전장치는 우리 MOU에 전부 그대로 반영됐다”면서 일본의 합의문을 기초로 더욱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냈음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200억 달러라는 연간한도를 설정해 투자하는 방식도 일본과의 합의에서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은 대미 투자 연간한도를 총 200억 달러로 제한하고 자금 투입도 기성고 방식으로 전달한다. 매년 200억 달러를 미리 지급하고 그 안에서 투자처를 배분해 나눠가는 방식이 아닌 사업의 진척 정도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 하듯이 분산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는 일본의 관세협상과 동일하게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주도한다. 다만 우리 합의문에서는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협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위원회가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위원회는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놔 일종의 ‘투자 레드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 측과 협의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경우에는 연간 한도 200억 달러 투자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총 2000억 달러를 10년으로 분납하는 시기가 연장될 수도 있다.
프로젝트별로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워 자본금을 대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전체를 아우르는 엄브렐라(우산) SPC를 구성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액의 손실을 따져서 특정 프로젝트에서 나는 손실을 다른 프로젝트에서 매울 수 있게 하나의 안전장치를 꼼꼼히 만들어 놓은 것이다.
1500억달러는 미국 조선 산업 부흥 프로젝트인 마스가에 별도로 할당하는 데도 성공했다.
마스가 협력에 관한 투자는 2000억 달러 현금 투자에 비해 한국이 더욱 많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기업의 현금투자는 물론 보증 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특히 신규 선박의 건조·도입 때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해놔 국내 외환시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야 말로 ‘대미 투자’가 아닌 ‘대미 진출’로 봐도 될 정도”라고 평가했다. 한화그룹 필리조선소 등 한국 조선회사들이 주도적으로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에 부담되는 대미 투자보다는 일종의 사업 기회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익배분 비율은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5대 5로 배분하고 원리금 상환 후에는 미국이 9 우리가 1의 비율을 가져간다.
당초 원리금 회수를 이번 투자의 키포인트로 설정했던 우리 정부로서는 협상 마지막까지 배분 비율을 높이고자 노력 했으나 미국측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국이 일정 기간(20년) 내에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합의했다. 이같은 안전장치들이 곳곳에 마련된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양국은 치열한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시차를 고려해 새벽마다 미국과 소통하며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측은 역정을 내며 석 달간 협상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적으로 한국의 각료 중 김 장관을 꼭 집어 ‘터프한 협상가’리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능력이 부족한 분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경주=서영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