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 쓰는 ‘새벽배송 금지’ 논란…“국민 일상 망가뜨릴 것” vs “심야노동으로 건강 악화”

쿠팡 직원이 새벽배송인 ‘로켓프레시’ 주문상품을 포장하고 있다.[쿠팡 제공]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자며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 제한을 요구하자 ‘배송 속도전’을 벌여온 이커머스 업계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지난 22일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 회의에서 “택배기사 과로 개선을 위해 0시∼오전 5시 초(超)심야 배송을 제한해 노동자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달 출범한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택배 업계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택배노조는 이날 “쿠팡과 같은 연속적인 고정 심야 노동은 생체 리듬을 파괴해 수면장애, 심혈관 질환, 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며 “노조는 새벽배송 자체를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심야배송에 따른 노동자의 과로 등 건강장애를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주간·야간 배송을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변경해 일자리와 물량 감소가 없도록 하고, 오전 5시 출근조가 긴급한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커머스 업계는 “불가능한 주장”이라며 크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새벽배송·당일배송은 물론 주문한 지 1∼2시간 안에 배송하는 퀵커머스(즉시배송) 전쟁이 불붙은 상황에서 어떻게 심야배송을 중단하느냐는 것. 더욱이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10년간 6조2000억원을 썼고, 3조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중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상품은 밤새 산지에서 전국 거점 물류센터로 수송하고 분류작업을 거쳐 소비자에게는 오전 7시 전에 배송한다”며 “오전 5시 출근조만 운영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야 배송을 제한하면 소비자 불편은 물론, 물류센터 일자리 수만 개도 사라질 것”이라며 “교통혼잡이 없고 수입이 좋다는 이유 등으로 심야배송을 선호하는 택배기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영(왼쪽) 전 정의당 국회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 힘 대표. [연합뉴스]


2000만명이 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새벽배송 금지 문제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새벽배송 전면금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일상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8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노총과 민주당 정권이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국내 e커머스 업체의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전면 금지를 논의했다고 한다”며 “민노총 주장대로 새벽 배송이 금지되면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이제는 새벽 장보기가 필수가 된 2000만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생산자와 소상공인들, 그리고 새벽 배송으로 돈을 벌고 있는 택배 기사들의 삶’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환경 개선은 계속돼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없애버리자’라고 하면 오히려 노동자도 피해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혜영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왜 사람들이 새벽 장보기를 필수로 하면서 살게 됐는지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끼라”고 지적했다.

장 전 의원은 29일 오전 페이스북에 한동훈 전 대표 글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인이라면 관성적으로 노동조합과 다른 정당을 욕하기 전에 왜 사람들이 새벽 장보기를 필수로 하면서 살게 됐는지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동훈 전 대표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당연한 상시적 과로사회에 기본적인 문제의식이 있는가”라며 “모든 시민들의 저녁이 있는 삶, 같이 만들 책임이 한동훈 전 대표에겐 없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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