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김건희’가 뭐냐”…尹, 법정서 발끈한 이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처, 뉴시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특검팀의 ‘김건희’ 호칭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31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 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팀은 증인으로 나온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2월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특검팀은 “당시 영부인이던 김건희가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우려한다는 취지의 말을 증인(김 전 차장)에게 하는 내용”이라며 “당시 피고인은 압수수색을 저지하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제가 26년 검찰에 있으면서 압수수색영장을 수없이 받아봤다. 여기(대통령실)는 군사보호구역이고,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군통수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막 들어와서 압수수색을 한다는 건 우리나라 역사에 없는 일이라 제가 이걸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우려해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그리고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뭡니까.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지”라며 “경호처 차장은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산책 갈 때도 연락하고 점심 먹으러 오라고도 하는 관계이니 바로 전화하고 야단도 칠 수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김 전 차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7일 첫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 운영 규정에 관해 물었고, 제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 규정대로 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통화에서 비화폰 서버는 얼마 만에 한 번씩 삭제되는지 물어 ‘이틀 만에 삭제된다’ 답했을 뿐, 더 이상의 지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받는 사람들의 비화폰을 그대로 그냥 놔두면 되겠느냐. 아무나 열어보는 게 비화폰이냐. 조치해야지”라고 말한 적은 있다고 했다. 이에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연락해 ‘보안조치’를 지시했고, 이는 접속을 제한해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삭제 지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화폰 기록에 관한 신문이 오가자 윤 전 대통령도 직접 발언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을 처음 받고 경호처장에게 통화내역이 어떻게 관리되냐고 물었더니 정권이 바뀔 때 전부 삭제하고 다음 정권에게 넘겨준다고 했다”며 “이틀 만에 삭제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통화내역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호 목적 때문에 상당 기간 (기록을) 갖고 있다. 삭제 이런 건 이뤄지지 않는다”며,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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