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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0일 김해 국제공항의 나래마루에서 만나 포즈를 취했다. 둘은 이날 회담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와 100%의 추가 관세 등을 모두 1년 유예하기로 했다.[A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 속에 밀어넣었던 미국과 중국이 1년간 휴전을 맺어놓고, 각각 희토류와 반도체 등 ‘약한 고리’를 보강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지난 30일 진행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세기의 담판’은 1년짜리 휴전에 그친다는 평이 우세하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했고, 이에 미국도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급증한 합성마약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들어온다는 이유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했던 관세 중 10%를 낮추기로 했고, 중국은 미국의 대두와 수수 등 농산물 구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이 상대방 국가의 선박에 부과했던 입항수수료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산업보조금 등 무역의 불공정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없이 대표적인 항목에 대해서만 서로 무기를 거둬들인, ‘1년짜리 휴전’이란 평이 우세하다. 양국은 급한 불을 우선 잠재워놓고, 상대국에 잡혔던 ‘약점’을 보강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과 태국, 말레이시아까지 희토류 및 핵심광물 협력국을 늘렸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데인’ 듯, 말레이시아에는 희토류의 미국 수출을 금지하거나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공식 약속까지 받아냈다.
약 1619만t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말레이시아는 최근 원광 수출은 제한하고 가급적 국내에서 정제해 수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는 원광 수출도 제한하지 않겠다 약속했다. 미국은 지난 20일 호주와 희토류 및 핵심광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이어 희토류 자립에 연일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칩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반도체 자강’에 대한 중국의 노력을 보여주는 지표라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D.C.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엔비디아 등과 칩 구매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나 또한 엔비디아의 젠슨과 대화하겠지만 중국이 엔비디아와 협의해서 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를 보게 될 것”이라 말했다. 칩 수출을 두고 중국이 해결할 문제라며 미국이 한 발 빼는 모습이다.
시작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칩을 수출하는 것을 제한한 것이다. 이후 7월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익 중 15%를 수수료 격으로 정부가 받기로 하면서 이를 해제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 칩 구매를 저지했다. 중국은 엔비디아에 대한 독점 금지 조사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자국 기업들에 인공지능 칩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라는 독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용 보험 회사 코페이스의 북아시아 지역 경제학자인 주뉴 탄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움직임이 양측이 시간을 벌고 취약점을 관리하기 위한 전술적인 조치라 전했다. 탄은 “중국에 이는 첨단 칩 기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이자 글로벌 무역 책임자인 닉 마로는 “수년간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미국 제품을 배제하도록 명시적이고 암묵적인 지침을 발표해왔다”며 “그 메시지가 더욱 긴급하고 강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중국 담당 이사인 왕단은 “중국이 최근 수립한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국가가 ‘원천 혁신’에 집중할 것임을 특히 명확히 했다”며 “이는 단기적인 수입이 가능하고 즉각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더라도 중국이 미국 칩 구매가 지속 불가능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현재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향후 미국이 칩 제한의 작은 부분을 철회한다고 해서 중국이 희토류 통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