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장 셧다운’ 임박…저소득 4200만명 식료품비 첫 중단

5일 0시부터 역대 최장 35일 기록 넘겨
저소득층 관련 보조금 지급 중단 새변수
민주, 트럼프에 “셧다운 해결하라” 촉구
백악관 “국민 인질 잡지 말라” 네탓공방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 하이애츠빌에서 연방 공무원들이 수도권 식품은행 배급 센터 앞에 줄을 서 음식을 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셧다운 시작 이후 연방 공무원 210만명중 75만명 이상이 무급 휴직 처리됐으며, 수십만명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 일부가 중단된 ‘셧다운’ 사태가 오는 5일 역대 최장 기록 경신을 앞둔 가운데 저소득층 4200만명에 대한 식료품 보조금 지급 중단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은 탓에 재원이 고갈돼 11월부터 지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셧다운 사태가 정치권의 네탓공방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책임을 돌리며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즉각 개입하라고 촉구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저소득층 4200만명 식료품비 지급 최초 중단=셧다운이 길어질 경우 미 저소득층 4200만명에 대한 식료품 보조금 지급이 사상 최초로 중단돼 큰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농무부는 셧다운에 따라 이달 1일부터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저소득층 가구의 식료품 구입비를 보조하는 SNAP이 중단된 건 1964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도입 당시 실물 쿠폰으로 지급돼 ‘푸드 스탬프’로 통칭되며, 현재는 전자카드(EBT)에 지원금이 입금되는 방식이다. 미국인 약 8명 중 1명꼴로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 셧다운에 따라 매월 약 100억달러(1인당 약 250∼300달러)가 들어가는 보조금이 끊긴 것이다.

셧다운 초기엔 보건복지 사안이 쟁점이었지만, 셧다운 장기화로 SNAP 보조금이 중단되자 저소득층의 ‘밥상 민심’이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SNAP 중단과 관련, 미 언론들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쪽에 더 책임을 돌렸다. 보조금 중단의 일차적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SNAP 같은 저소득층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SNAP 중단이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삭감하려 했던 정부 기능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운한 사람들에게 불균등하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약 50억달러 규모의 농무부 비상 자금, 그리고 ‘무역 전쟁’을 통해 거둔 관세 수입 계정을 활용할 수 있는데도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한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자가 음식을 차량에 실어주고 있다.[AP=연합]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한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자가 음식을 차량에 실어주고 있다.[AP=연합]

▶민주 “트럼프 예산안 동의해라” vs 공화 “민주당이 정치게임” 네탓공방=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정부 셧다운 사태를 끝내기 위한 협상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고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팀 케인은 이날 ABC방송의 ‘디스위크’에 출연해 “나는 단지 미국 국민들에게 부과된 청구서 비용이 폭등하지 않도록 하고 싶고, 대통령이 이에 동의해 멈춰주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이 개입한다면 우리는 몇 시간 안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측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신호도 내비치지 않은 상태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당이 미국 국민을 인질로 잡는 행위를 중단하고, 정부를 다시 가동시킬 때 정책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은 폭스뉴스 ‘뉴스선데이’에 출연, “민주당이 정치 게임을 하고 있다며 미 상원이 하원이 이미 통과시킨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가증 쉬운 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 9월 19일 미 하원에서 기존 지출 수준을 유지하는 ‘클린’ 임시예산안(CR)을 통과시켰지만, 같은 날 상원에서 민주당 반대로 법안 최종 통과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올해 말로 종료되는 공공의료보험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요구하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CR에 반대했다.

▶트럼프, 공화당에 “규정 바꿔 민주당 ‘패싱’하라”=공화당이 상원에서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키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태다. 현재 상원에서 공화당은 53석, 민주당은 47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필리버스터 규정에 따라 법안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하다.

신문은 지난 주말 여야가 오바마 케어 협상에 진전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공화당 측에 민주당을 ‘패싱’할 수 있도록 상원 규칙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면 51표의 단순 과반으로 표결이 가능하다”며 “이로써 셧다운을 끝내가 우리의 모든 의제를 통과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WSJ는 셧다운 사태가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번 주 역대 최장 셧다운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셧다운은 현재 한 달을 넘긴 상태다. 지난달 1일 시작된 셧다운은 36일째가 되는 이달 5일이 되면 최장 기록을 새로 쓴다.

기존 최장 기록은 트럼프 1기 시절의 35일(2018년 12월 22일∼2019년 1월 25일)이었다. 5일 0시 전까지 여야가 셧다운 중단에 합의하지 못하면 셧다운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트럼프 집권 1기 역대 최장 셧다운은 국경장벽 자금 문제에 따른 여야 갈등이 원인이었다. 집권 2기에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여야 정치권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공화당 주도로 메디케어 예산 삭감,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거부 등 보건복지 문제가 쟁점이 됐다.

셧다운에 따라 미국인들은 이미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주요 공항에서는 이날 셧다운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다수의 비행이 지연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뉴어크 리버티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은 평균 3시간 이상 지연됐고, 휴스턴의 조지부시 인터콘티넨탈공항에서는 교통안전청(TSA) 인력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90분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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