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직 여성 14% 그쳤지만…노동부엔 ‘여풍(女風)’

2일 단행된 1급 인사서 여성 대거 약진
행안부·기재부 등 여성 비율 10% 미만 속 ‘이례적 균형’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여성 리더십 부처’로 재편됐다.

정부 전체적으로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는 본부 실장단의 80%가 여성으로 채워지며 유리천장을 가장 먼저 깬 부처로 평가된다.

3일 인사혁신처와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1608명 중 여성은 228명으로, 비율은 14.2%에 그쳤다. 공수처·금융위·조달청 등 중앙부처 9곳은 여성 고위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고,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중소벤처기업부 등 11곳은 여성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부 인사는 단연 이례적이다. 노동부는 지난 2일 1급 인사를 통해 홍경의 전 청년고용정책관을 대변인으로, 이민재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을 산업안전보건정책실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권병희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1급)으로 승진했다.

홍경의 신임 대변인 [사진=고용노동부]


앞서 지난달 이현옥 노동정책실장과 임영미 고용정책실장이 잇따라 발탁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노동부 본부 1급 실장 5명 중 4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현재 노동부의 1급 자리는 총 8석으로 남녀 비율이 4대4를 이루지만, 본부 실장단만 보면 손필훈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다.

정책 설계와 행정 조정의 중심축이 여성 리더십으로 옮겨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노동부 내부에선 이번 인사가 단순한 ‘균형 맞추기’가 아니라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성과 중심 인사로 평가된다. 승진한 여성 간부 대부분은 청년고용, 산재예방, 고용서비스 등 현장과 정책을 두루 거친 실무형 인재들이다.

노동부 내 ‘여풍(女風)’은 조직의 균형을 넘어 정책결정의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동부의 일반직 여성 비율은 57%, 본부 과장·팀장급 여성 비율도 42%에 달한다. 중간관리층의 두터운 여성 인력이 향후 국장·실장급 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일시적인 균형이 아니라 여성 간부들이 실력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이제 노동부에서 여성 간부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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