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체질개선 본격화…핀셋 지원·구조개편이 성패

형강·강관 등 공급과잉 품목 선제 조정
수출문제 해소·친환경 제품 개발 속도전
업계 “맞춤정책 지원으로 실효성 높여야”
“미국 50% 관세·EU TRQ 해결 시급”


구윤철(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산업의 쌀’로 통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와 중국 저가 제품 유입으로 인한 공급과잉 등으로 생존의 위기에 놓인 국내 철강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칼을 빼들었다.

관세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과 업계 구조개편, 저탄소 핵심 제품의 고도화 등 속도감 있는 대책에 방점이 찍힌 가운데 한층 속도감 있는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은 크게 ▷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설비규모 조정 ▷수출기업 지원 및 통상대응 강화 ▷저탄소·고부가제품으로의 산업 전환(특수탄소강·수소환원제철) 등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우선 정부는 중국산 철강재의 무분별한 공급으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는 형강·강관·철근·열연·냉연·아연도강판에 대한 선제적 설비조정을 추진한다.

형강·강관의 경우 기업이 감산 계획을 세우면 고용유지 노력을 전제로 지원하고, 철근은 정부가 사업재편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열연·냉연·아연도강판 등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은 수입재 대응을 선행한 뒤, 시장 상황을 보아 단계적으로 설비규모를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경쟁력이 유지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 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강판과 특수강 분야에서는 정부가 과감한 선제투자에 나선다.

실제 철강협회가 집계하는 품목별 생산량에서 각 제품은 재고율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과잉생산 품목은 제하고, 앞으로 여건이 좋아질 품목은 키워주는 방식으로 산업을 구성해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철강업이 품목에 따라 업황이 천차만별인 상황인 것을 감안한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민관 합동 TF(태스크포스) 등을 중심으로 과잉생산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정부가 각 품목별로 나눠 대안제시에 나선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또한 정부는 수출 애로 해소를 위해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상품’(4000억원)과 ‘철강·비철금속 이차보전사업’(1500억원) 신설이라는 지원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에 더해 중국산과 일본산 제품의 무분별한 덤핑을 막기 위해 불공정 수입재 단속을 강화해 나간다.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통상리스크 및 불공정 수입 대응방안’을 통해 발표된 품질검사증명서 의무화를 활용한 철강재 수입 모니터링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하고, 조선업을 중심으로 운영되온 보세구역을 통한 저가 철강재 유입을 막기 위한 시행령 개정에도 나선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미래 주력 제품 육성의 일환으로 특수탄소강과 수소환원제철을 내세웠다. 특수탄소강을 차세대 주력 제품 중 하나로 보고 2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신성장원천기술 지정 및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81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본격화하고, 스크랩(고철) 재활용과 전기로 확대로 저탄소 전환을 꾀한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신기술로 꼽힌다.

철강업계 측은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와 관련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구조개편과 미래 산업 육성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조사한 올해 상반기 통계에서 국내 조강생산량은 약 310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 철강 제품 수출액도 156억 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조강이란 쇳물을 부어 만든 최초의 고체 형태 철강 생산품으로, 조강생산량은 철강 경기를 알 수 있는 가늠자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조선·건설 등 연관 산업의 경기와도 밀접하게 움직인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세구역을 통한 중국산 철강재의 유입 등이 직접 거론됐고, 외교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있는 반덤핑과 관련된 부분도 직접 언급이 됐다”면서 “철강업계가 가진 위기인식과 우려에 대해서 정부 측에서 많은 공감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더욱 구체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철강업계의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대응의지를 피력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맞춤형 자금 지원이나 적재적소의 정책 지원이 없다면 공염불에 그칠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부과하기 시작한 50%의 품목관세와 유럽연합(EU) 철강수입쿼터(TRQ) 축소 방침에 따른 통상 리스크에 대해서는 정부가 ‘협의하겠다’는 내용만 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수출 제약으로 인해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장 관세 문제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금전적인 혜택 등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방안을 철강산업의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 산업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현장 의견을 계속 반영해 정책 실효를 높이고 철강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전방위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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