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원 질의에 “中, 대만 해상 봉쇄 시 존립위기 사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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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有事時)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8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오카다 가쓰야 의원이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질의하자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민간 선박이 늘어서서 (배가) 지나가기 어려운 것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지 않겠지만, 전쟁 상황에서 해상이 봉쇄되고 드론이 날아다닌다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실제로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존립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왔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총리 재임 당시였던 지난해 2월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정보를 종합해 판단해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한 바 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허용하는 안전보장 관련법이 통과됐던 2015년에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존립위기 사태의 예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등을 제시했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총리의 전날 발언이 외무성과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래 정부 견해를 넘어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 전 총리가 퇴임 이후 ‘대만 유사시는 존립위기 사태’라는 취지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현직 총리의 국회 답변은 정부 공식 견해가 되므로 무게감이 다르다고 짚었다.
아사히는 “대만 유사시에 일본이 참전한다는 의사를 보인다면 중국 측을 자극해 일본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향후 중일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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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모습 [다카이치 총리 SNS] |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 정상은 역사와 중국 인권 문제 등에서 각자 입장을 전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대만 대표와 만난 것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중의원에서 기초 재정수지 흑자 시점과 관련해 “매년 달성 상황을 확인한다는 방침을 몇 년 간격으로 균형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기초 재정수지는 사회보장, 공공사업 등에 들어가는 정책 경비를 새로운 빚을 내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지가 적자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일본 기초 재정수지는 1992년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까지 기초 재정수지 흑자 목표 시점을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로 정했으나, 올해 6월 ‘2025∼2026회계연도 중 가능한 이른 시기’로 수정했다.
재정 지출 확대와 ‘적극재정’을 추진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이 목표를 사실상 더 늦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제 성장을 통해 중장기 관점에서 재정 재건을 추진한다는 구상이지만, 재정 규율이 느슨해질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일본의 채무는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