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출근이 너무 신나고 행복해요” 나이를 잊은 노원 어벤져스들 [세상&]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 만 65세 이상 어르신 채용
아이편한택시, 환경미화 등 구 사업에 핵심 역할 맡아


노원구 아이편한택시. [노원구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기사님께서 택시 타기 전부터 친절하게 문자도 보내주시고 도착해서 유모차도 옮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기랑 같이 움직이는 게 힘든데 기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친절에 많이 감동했습니다”

심재욱(67) 어르신은 은행을 다니다 정년퇴직했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상황인데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 새 직장을 찾아 나섰다. 그동안 서비스 직종에 있었기에 비슷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몸 쓰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공장 생산직 등에 지원서를 냈지만 오히려 ‘학력이 너무 높다’, ‘원래 하던 사무직을 알아보는 게 어떠냐?’’ 등의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라는 회사를 알게 됐고 여기서 65세 이상의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심 어르신은 어르신행복주식회사가 생긴 지난 2021년부터 노원구의 대표 복지사업 ‘아이편한택시’ 기사로 근무 중이다. 노원 아이편한택시는 노원구에 거주하는 난임부부나 36개월 이하 영유아 가정이 병원이나 육아 관련 시설을 방문할 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전용 차량을 무료로 지원하는 복지 서비스다.

심 어르신은 “택시를 이용하는 아이들이나 부모가 모두 손주 같고 자식 같아 이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일하는 시간도 오후 4시간 정도여서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편한택시는 부모와 아이들만 이용하는 전용 택시여서 일반 택시와 같은 고충이 없다고 한다. 심 어르신은 “내 나이에 일반 택시를 운행했다면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아이편한택시는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아이편한택시를 3년째 이용 중이라는 김민정씨는 “아이와 병원을 가려면 이것저것 챙겨야 할 짐이 많아 힘든데 기사님이 짐도 옮겨주시고 안전하게 운전을 해주셔서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어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백선종(63) 어르신은 올해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백 어르신은 노원중앙도서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 오전 5시까지 출근해 도서관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일을 맡고 있다.

백 어르신은 “처음에는 환경미화원이어서 좀 부끄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청소 후 깨끗해진 도서관을 보면 보람도 느끼고 이용자들도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내 힘으로 일해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 자신감을 높여준다고 말하는 어르신. “60세 이후가 되면 사실 일자리 찾는 게 쉽지 않다”며 “그런데 매일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너무 신나고 행복하다. 오히려 쉴 때보다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백선종 어르신(왼쪽)과 심재욱 어르신. 손인규 기자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는 어르신의 사회참여와 소득 안정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지난 2021년 노원구가 직접 출자해 만든 주식회사다.

주요 사업으로는 ▷도서관, 체육관 등의 구립시설 미화 ▷시설 및 안전관리 요원 ▷아이편한택시 운행 ▷도서관 책배달 서비스와 같은 노원구의 대행사업을 하고 있다. 또 노원구 곳곳에 마련된 공공카페와 행사용품 렌탈과 같은 자체 수익사업도 하고 있다.

김기덕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 경영본부장은 “처음 회사 설립 시에는 5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30명의 사원을 가진 꽤 규모 있는 기업이 되었다”며 “지난해부터는 흑자가 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구에서 실시하는 행사 청소까지 도맡아 더 많은 흑자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5년 10월 현재 노원구의 65세 이상 인구는 21.4%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며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 늘리기에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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