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도 외면하는데…기업 死地로 모는 NDC [이슈&뷰]

韓, 온실가스 53∼61% 감축 추진
中 7~10%·美는 파리협정 탈퇴
마지노선 48% 제시 산업계 쇼크
기술투자·탄소배출권 부담 막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 경쟁력 약화


당정이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앞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각각 50∼60%, 53∼60% 감축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이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동시에 현행 목표인 ‘2030년 40% 감축’과 비교하면 하한선은 무려 13%포인트, 상한선은 2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관련기사 3면

이에 그간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48%를 제시했던 산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전력·철강·수송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구조 개편과 막대한 비용 부담이 어떤 후폭풍으로 돌아올지 모르고 급기야 기업들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가 사실상 다른 의미의 NDC(Nationally Death of Corporation·기업의 국가적 사망)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특히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율이 1.4%에 불과한 한국이 앞장서서 지나치게 고강도 목표를 제시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지난해 기준 배출 비율 28%)은 지난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2035년 감축 목표로 고작 7~10%를 제시했는데, 기준 연도마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배출 비율 2위인 미국(12%)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아예 파리협정을 탈퇴하며, 이전 행정부에서 제출한 ‘2035 NDC’를 사실상 철회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외면하고 있다. 일본(60%)과 독일(77%)은 감축 목표치는 높지만, 우리나라처럼 배출권거래제(ETS) 등과 직접 연동돼 있지 않아 기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정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세계 주요 국가의 흐름 등을 고려해 NDC를 설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권고안(61%)은 지켜야 한다는 일부 목소리를 반영해 상한선을 1%포인트 올렸다는 것이다. 현실과 실현 가능성 보다는 대의에만 방점을 찍다보닌 ‘기업의 국가적 사망’ 우려만 키운 셈이다.

실제 국내 산업계에서는 탄소 감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방향성이지만, 당장의 생존 위기를 고려하지 않는 과속은 치명적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당초 산업계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48% 감축안도 쉽지 않았는데 과도하게 도전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이미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업종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란 분위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NDC가 제시한 수준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배출권 부족분을 시장에서 추가 구매해야 하는데, 해당 비용 부담 또한 막대할 전망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주요국 배출 비율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의 한국이 목표치는 보란듯 높게 잡아 기업들의 부담이 버거울 정도로 높아졌다”며 “경기 침체에서 탈탄소 전환 과제까지 받아든 기업들은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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