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의 각별한 ‘공개 토론’ 사랑…관료들 ‘긴장’ 속 솔직토크 [이런정치]

중앙지방협력회의 모두발언 공개→전체 공개
정부 사상 최초 국무회의 심의·의결 국민 생중계
관료들 “NDC 부담이 사실”·“역차별” 건의
“벚꽃 피는 순서대로 재정 지원 달라” 요청도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공개토론’을 향한 이재명 대통령의 남다른 애정이 회의에 참석하는 장관과 시도지사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 과정까지 생중계하는 등 전격 공개했을 뿐 아니라 균형 성장·발전을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 또한 즉석에서 공개로 결정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면서 연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재하는 회의 족족 ‘생중계’…“국민주권정부 철학”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제9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진행했다. 애초 해당 회의는 생중계가 아닌 대통령실 기자단 취재로 이 대통령 모두발언까지 공개하기로 예정됐었는데, 이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회의 내용 전부가 공개됐다. 이에 따라 기자단이 황급히 취재 기자를 추가로 투입해 회의 전체 과정을 담는 등 조치가 이뤄졌다. 전체 영상 또한 KTV 국민방송 특집으로 당일 저녁에 녹화 중계됐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초 모두발언까지 취재진 공개였지만, 이 대통령께서 시도지사들에게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어떠하냐’고 동의를 구하니, 모두 ‘좋다’고 하셔서 전체 공개로 전환해 전체 영상이 담기게 됐다”면서 “그래서 거의 편집되지 않은 채로 녹화로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가 대부분 생중계로 진행되다보니, 이 대통령이 이번 회의 또한 생중계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또한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법안 심의·의결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면 공개로 토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당황한 듯 “부처보고 중 두 건을 (공개) 하기로 돼있고 그다음에는 비공개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해당 안건을 줄줄이 언급하고 “비공개해야 될 이유가 특별히 있느냐”며 “대통령령 안건 논의만 비공개로 하고 나머지는 다 공개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반인 지난 6월 20일 국무회의 일부 생중계 방안을 검토하라고 처음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사전에 합의된 토의 내용이 여러 차례 생중계됐다. 이에 더해 심의·의결 과정까지 공개되면서 사실상 처음으로 국무회의 대부분이 생중계된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무회의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이를 두고 “대한민국 정부 사상 최초로 국무회의의 거의 모든 과정이 공개된 것”이라며 “국민주권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조치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관료들 토론 고스란히 담겨…정책조정과정 ‘관전’


이 대통령의 파격적인 결정으로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의사결정과정이 생중계·녹화 중계 되면서, 장관 등 고위급 관료들이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일이 일상이 됐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에만 해도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 사이엔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고 토의 분위기가 활성화되면서 공개적으로 찬반 의견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이번 주 국무회의엔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일반안건이 심의·의결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수준으로 감축하는 안을 확정한 것을 두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산업계는 ‘48% 안’을 선호하긴 했으나 위험성이 있어서 제외했다”며 “과학자들은 ‘65% 안’도 권고했는데 무리가 따라서 달성할 수 있는 53%와 61% 사이 형태로 결정하게 됐다”고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산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책을) 발표할 때는 (산업계에 대한)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가 실제로 그런 지원들이 없었던 과거 정부의 사례가 있어서 (산업계는) 불안해하고 아쉬워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것을 잘 챙기시라고 기업하시던 분을 산업부 장관으로 모신 것”이라며 “잘 챙기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시도지사들의 공개적인 건의가 이어졌다. 이날 회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 출신도 대거 참석해 건의사항을 쏟아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방교부세율 인상 방안을 비롯한 지방재정 분권 확대 방침을 내놨는데,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적어도 이번 논의에 서울이 늘 겪는 역차별에 대해 개선되는 것도 포함되면 좋겠다”며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방세를 내는데, 돌아오는 1인당 예산은 가장 적은 점을 꼭 논의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출신인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방 재정 지원 기준으로 ‘벚꽃 피는 순서’를 제안해 좌중으로 하여금 폭소를 터뜨리게 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자율성이 보장되는 게 지방 성장의 가장 근본이지 않느냐”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재정을 지원해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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